당 시인 이백은 시인이면서 협객이었지만 지운영(池運永 1852-1935)은 협객인 뒤에 화가가 된 사람이다. 그는 갑오경장 이후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을 뒤따라가 죽이려한 자객이었다. 그 자객이 그린 칼 그림이 이것이다. 문치를 표방한 조선시대에 칼이 그림속에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 점에서 특이하달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칼은 武의 숭상만이 아니다. 이른바 방신벽사(防身辟邪)의 역할에 강고한 의지를 상징하는 물건도 된다. 문인들은 그래서 이런 칼을 방안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No.252 지운영 <관음항마일심보검(觀音降魔一心寶劍)> 1921년 견본수묵 36.5x216cm 추정가 200만~400만원
칼이 번뇌를 끊고 탐욕을 끊는 물건으로 정의된 것은 나중에 신선이 된 당나라때 도사 여동빈부터이다. 지영운이 마귀를 항복시킨 검을 그린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 그림은 딱 두 획이다. 이우환 획처럼 한일자 획을 길게 늘여 검신과 칼자루를 그렸고 두 번째 획은 짧게 쳐서 날밑을 그었다.
왼쪽의 발문에는 ‘병들어 시흥 삼망산 아래에 백련정사에 머물고 있던 경신년 초가을 어느 날 꿈속에 신선의 용모를 한 白衣의 부인이 나타나 이 검을 주면서 마귀 우두머리를 항복시키는 금강보검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다분히 은유적인데 당시 지백련 마음 속 마귀가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협객 화가가 그린 一筆 보검도는 한국 그림 중에 이것 외에 달리 없어 보인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