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5백년을 지탱해온 정치 이데올로기가 유교이고 그 이데올로기를 지탱해온 초석들이 바로 문인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인격적, 도덕적 수양을 위해 언제나 마이너스 셈법을 썼다. 몸이든 생활이든 생각이든 더하고 붙이기보다 빼고 잘라내고 떼어내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선비들이 쓰던 가구가 추상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치 이데아처럼 비춰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No.273 <서안(書案)> 가래나무 65.5x29.5x30.5(h)cm 추정가 280만~400만원
이 서안은 심플하다. 천판 아래에 서랍 하나 그리고 측판을 이어 만든 수납공간뿐이다. 장식은 달랑 반월형 고리 하나이다. 천판 귀퉁이를 말아 올린, 이른바 두루마리 개판도 달지 않았다. 굳이 장식을 찾고자 하면 측판 아래의 풍혈을 약간 둥글게 깍은 게 전부이다. 거기에 튼실한 비례가 갖춰져 있어 그 자체로 엄격하면서 완고한 격이 느껴지는 서안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