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가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1713-1791)은 연객 허필(許佖, 1709-1768)에 대해 ‘연객은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평한 적이 있다. 또 허필은 허필대로 표암 그림에 대해 ‘자신의 평이 없는 것은 점잖은 선비가 갓을 쓰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유하자면 바늘과 실과 같았던 두 사람이었던 만큼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글을 쓴 합작 작품이 다수 남아 있다.
No.214 강세황 《연객평 화첩(烟客評畵評)》 중 <연화도> 지본담채 26x28cm 추정가 1,500만~3,000만원
이 화첩 역시 그중 하나다. 원래 이 화첩은 1980년후반 강세황 연구서가 나오면서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는데 당시 22폭이 들어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3점은 그 중 일부이다.
표암이 연꽃과 연잎을 소재로 한 그림은 더러 있다. 그러나 파초를 그린 예는 드물고 석류에 가지 조개를 사생한 것은 이 외는 달리 찾아볼 수 없다.
No.213 강세황 《연객평 화첩》 중 <채소도> <파초도> 지본담채
각 26x28cm, 25.5x27cm 추정가 2,500만~4,000만원
<연화도>의 화제는 ‘綠鈿紅囊 周昉筆意 草䄠偈(녹전홍낭 주방필의 초선게)’로 ‘푸른 비녀와 붉은 주머니는 주방의 필의이다. 초선(허필의 호)가 게문을 짓다’는 뜻이다.
<파초도>에 쓴 글은 ‘一緘翡翠 消息眞傳 汝正銘(일함비취 소식진전 여정명)’으로 ‘한 통이 푸른 빛 편지가 참 소식을 전한다. 여정(허필의 자)이 명을 적다’라는 내용이다. <채소도>의 글자는 작아 판독하기 힘들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