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들면 새로운 장르로 아집도가 많이 그려진다. 우아한 모임을 그린 그림이란 뜻의 아집도(雅集圖)는 북송 시대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에서 유래하지만 이 시대가 되면 문인 생활에 대한 동경이 일반화되면서 조선화된 다양한 형식의 아집도가 그려진다.
18세기 화단의 중심 인물중 한 사람인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1769)에게도 당대의 수장가 김광수의 집에 우연히 모인 모임을 그린 <와룡암 소집도>가 전한다. 이 그림 역시 넓게 보면 아집도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No.208 심사정 <수하선인도(수하선인도(樹下仙人圖)> 지본수묵 25x19.5cm 추정가 8,000만~1억2,000만원
늙은이, 젊은이들이 모두 한데 있어 노소동락(老少同樂)의 아집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신선들의 모임이라 할 만한 데가 많다. 우선 두 오동나무 사이 깊숙이에 앉아 부채를 부치고 있는 호호(晧晧) 노인은 정수리가 삐죽 솟아올라와 있어 수(壽)노인으로 봐야한다. 또 학과 함께 춤을 추는 동자도 예사롭게 않다. 화첩을 펼치고 시상(詩想)을 가다듬는 선비 역시 허리춤에 신선 복장에 흔히 보이는 짚방석을 메어져 있어 평범한 문인이 아니라 신선임을 암시해주고 있다. 활달하면서도 노련한 현재의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