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18번이 있듯이 화가들도 브랜드처럼 이름이 나 있는 그림이 종종 있다. 마지막 어용화사였던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 1892-1979)하면 고사인물도가 그의 십팔번쯤 될 것이다. 또 참새 그림도 그에 못지않은 브랜드적 성격이 있다. 고사인물이든 참새든 그 속에 담긴 이당의 필치는 정교하고 얌전한 게 특징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와는 달리 호방한 붓 테크닉이 이색적이다.
No.186 김은호 <산수도> 21x47.5cm 추정가 250만-500만원
울창한 계곡 숲을 겨냥해 떨어지던 폭포수가 너른 호수로 빠져드는지 물거품이 마치 대해의 파도처럼 웅장하다. 짓뭉개듯 처리한 산중턱의 숲속 자취는 작가의 어떤 심경을 상징하는 듯이 거칠다.
그림의 화제는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낙구천)’. 이백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 나오는 유명한 한 구절이다. 이어 낙관은 ‘丙辰夏日(병진하일)’. 근래의 병진년은 1916년과 1976년 둘이다. 필치로 보아 25살 때 보다는 만년의 85살 때로 여겨지는 작품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