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백자의 나라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백자 문방구라고 칭하지 않을 수 없다. 유교 성리학의 근검, 절제를 덕목으로 수양에 매진했던 학자들도 책상 위에 오르는 작은 백자 문방구에는 다소의 마음을 허락했다.
유일하게 뚫린 이 숨통을 통해 조선시대 후기에 수많은 백자 문방구가 만들어졌고 또 그 멋과 운치 또한 학자, 선비의 격에 맞게 매우 수준이 높았다. 이는 다른 나라의 도자기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新국면이다.
No.191 백자청화투각 석쇠문 필통(白磁靑畵透刻炙鐵文筆筒) 19세기 높이 11.7cm 별도문의
백자로 된 필통은 문방구 중에서도 크기가 제법 커 미술품으로 감상할만한 축에 든다. 이 필통은 그 위에 실을 꼰 듯한 문양을 투각으로 파냈다. 이런 문양은 석쇠문 또는 그물문이라고 한다. 투각 몸통 위아래로 밧줄 띠 모양을 둘렀고 그 위에 다시 청화를 한 줄 넣어 세련을 더했다. 시를 읊다 혹은 글을 짓다 붓을 멈추고 한번 쳐다보았을 때 충분히 작은 위안을 주고도 남았을 만큼 수려한 모습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