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초입의 화단은 백화가 난만하듯 다양한 화풍이 동시다발적으로 융성한 시대였다. 진경산수에 풍속화, 남종화 그리고 화조화 등. 당시 최고의 직업 화가였던 현재 심사정은 이 모두에 고루 솜씨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채색 화조화와 남종 산수화는 주변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장르였다.
No.115 심사정 <초옥독서도(草屋讀書圖)> 종이에 담채 24x26.5cm 추정가 2,500만-4,500만원
그런데 이 그림은 그의 고정 레퍼토리와 조금 궤를 달리한다. 그보다는 어느 실경 사생을 전제로 한 그림처럼 보인다. 수목이 울창한 가운데 작은 띠풀 집이 하나 보이고 그 안에 서생 한 사람이 서탁을 앞에 놓고 책을 읽고 있다. 대문이 높이 솟은 것을 봐서 지체는 양반인 듯하다. 하지만 바자울은 영락한 신세임을 말해주고 또 짚을 이은 솟을 대문 역시 그렇다. 그 앞쪽에 하인 하나가 꾸부정히 마당을 쓸고 있다. 수목의 묘사와 묘옥 전경이 이 무렵의 화보풍과는 전혀 달라 신선한 느낌이 물씬하다. 그림 위쪽의 텅 비운 것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인상적 구도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