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는 누구보다 불교와 인연이 깊었던 화가이다. 정조의 명을 받아 수원 용주사 불화를 그린 것은 유명하다. 더욱이 그 포상으로 부임한 연풍의 현감 시절에는 인근 상암사에서 치성을 드려 늦아들을 얻기까지 했다. 이전에도 그가 불화첩을 그린 적이 있었다. 40대 초반의 일로 그가 그린 12존상을 여항시인이었던 조수삼(조중묵의 조부)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No.105 김홍도 <비구니> 종이에 수묵담채 27x19cm 추정가 1억2,000만~2억원
실제 그가 남긴 그림에 관음보살이나 노승을 그린 그림이 다수 있다. 이 그림은 이색적으로 비구니를 그렸다. 조선시대 승려는 지위가 무척 낮았다. 비구니라면 당연히 그보다 한참 밑이었다. 그럼에도 비구니 모습에 붓을 든 것을 보면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었을 것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실제로 김홍도 이전에 비구니가 그림 속으로 들어온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비구니가 들고 있는 염주와 방울종은 행사용 물건이다. 그렇다면 혹시 길가의 탁발중인 모습을 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울퉁불퉁한 흙길과 길가의 잔풀을 담묵의 갈필로 척척 그려낸 것은 단원만의 필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