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왕조어필 전시에 소개된 서첩이다. 서첩 내용은 성종, 선조, 인목왕후, 효종, 현종, 순원왕후가 쓴 지시서, 대자, 편지, 한시 등이다. 서첩 중에는 그림도 두 점이 포함돼 있는데 선조가 그린 가지 위의 새 그림 2점이다.
No.112 열성신필(列聖宸筆) 중 선조 화조/숙조도 지본수묵 각 28.6x18.1cm(24매) 6,000만~1억원
선조는 재위 중에 임진왜란을 겪어 전란속의 군왕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중기의 문화가 그의 시대에 꽃을 피워 그의 시대를 가리켜 이른바 목릉성세(穆陵盛世)라고도 한다. 그 역시 스스로 시와 그림에 매우 조예가 깊었다. 특히 그림에 대해서는, 피난의 여가중에 그림을 보고자 하니 주위에서 위급 상황에 그럴 수 없다고 간언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이다.
가지위에 졸고 있는 새를 그린 숙조도는 조선 중기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이다. 이 시기에 왕실 주변의 대군들이 그린 숙조도가 여러 점 전한다. 먹의 농담 변화로 나뭇가지와 잎의 명암을 그려내고 정교한 필치로 사실감을 보여주는 새의 묘사는 상당한 기량의 솜씨임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