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허련(1808-1893)은 32살 때 초의선사의 소개로 추사를 알게 돼 그의 가르침을 받은 애제자이다. 추사는 당시 위아래 할 것 없이 만연하고 있던 남종화풍의 문인화 흉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문인화의 진수가 폭넓은 교양과 높은 정신적 수련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를 거론했다.
No.067 허련 <세한도> 종이에 수묵담채 26x26cm 추정가 500만원~
스승이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서권기’라는 말이 그림 속 화제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은 ‘화법은 배워서 익힐 수 있으나 화의(畵意)는 배워서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많은 서권기로서 나타나며 견문으로서 넓어지는 것이다’고 했다.(畵法可學而得之 畵意非學而有之 惟多書卷氣以發之 見聞以廓之)
그림 역시 추사의 <세한도>를 의식한 듯 인적이 없는 빈 집을 배경으로 앙상한 가지에 잎 몇 개가 달린 고목이 스산한 경치로 그려져 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