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산수인물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품의 No1.이 거문고이다. 거문고는 공자가 여가를 보내는 악기로 손꼽으며 문인들의 동반자가 됐다. 특히 명대 이후에는 금기서화(琴棋書畵)라고 해 문인들의 필수 교양의 하나가 됐다.
더욱이 그림 속의 가야금은 친구와의 인연을 뗄 수 없다. 고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는 거문고를 휴대하고 친구인 종자기를 찾아가다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이제부터는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줄 이가 없어졌다고 통곡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문고와 관련해 ‘지음(知音)’이란 말이 생겨났다.
No.073 윤덕희 <고사도> 선면 종이에 수묵담채 21x40cm 추정가 1,000만원부터
윤덕희(尹德熙 1685-1766)의 이 그림도 문인과 거문고, 거문고와 친구라는 범주 아래서 그려진 그림이다. 화제에 보면 ‘소나무 아래의 거문고가 좋은 친구를 이끈다’라는 뜻의 ‘송하휴금인가붕(松下携琴引佳朋)’이 굵직한 윤씨 집안의 필치로 쓰여 있다.
낙관을 보면 ‘신해계하 사우유곡 연옹(辛亥季夏 寫于柳谷 蓮翁)’라고 써 신해년 늦여름에 유곡이란 곳에서 그린 것을 알 수 있다. 신해년은 1731년을 가리키는데 이때 연옹은 나이 47살이고 기량으로는 한창 무르익었을 때였다.
그는 부친의 영향으로 20대에 들어 서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화보 이외에 집안 내외에서 구할 수 있던 중국화를 보고 익혀 중국풍이 강하다. 여기서 거문고를 가지고 벗을 찾아 환담하는 이 그림 역시 중국의 섬세하게 그린 인물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정확한 인물묘사와 소나무 표현 등은 탁월한 기량을 보여준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