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사람의 평가가 달라지듯이 화가에 대한 평도 마찬가지이다. 김홍도는 오늘날 18세기의 서민 생활상을 보여주는 풍속화의 대가로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더 폭넓은 시각으로 김홍도가 평가됐다.
그중 하나가 화조화이다. 화면 속에 시적인 서정(抒情)적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데 대가인 김홍도는 이런 특기를 화조화에 십분 발휘했다.
No.105 김홍도 <해로도(蟹鷺圖)> <쌍아도(雙鵝圖)>대련 지본담채 각 117.5x35.5cm 별도문의
김홍도 <해로도(蟹鷺圖)>확대
김홍도 <쌍아도(雙鵝圖)>확대
이번에 소개된 쌍폭은 아마 병풍 그림의 일부로 보인다. 원래 사계절 풍경을 담은 병풍이었는가 하는 점까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두 폭 사이에 무엇이 있다면 물가 근처의 비탈이 서로 이어질 듯도 이런 짐작을 가능케 해준다.
먼저 오른쪽 폭을 보면 한 여름날 논물이 빠지는 물고를 향해 기어올라는 털게의 무리와 조금 높은 논뚝길에 서있는 늙은 버드나무에 앉은 까치 한 쌍 그리고 푸른 벼들이 늘어선 무논에 발을 담그고 먹이를 찾는 해오라기가 그려져 있다. 위아래의 여백은 넉넉하게 두고 경물을 가운데로 집중시키는 것은 단원구도의 특징 중 하나이다.
왼쪽 폭은 보이기에 따라서는 이른 봄처럼도 보인다. 건너편 벼랑의 나무에 매화꽃처럼 보이는 흰꽃들이 잔뜩 달려있다. 이처럼 경사가 급한 물가 비탈에 꽃나무를 그린 경우는 김홍도의 다른 그림에서도 여러번 반복되고 있다. 목이 긴 오리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데 검은 먹을 살짝 오리 다리를 그린 것도 단원만의 장기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