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련(許鍊, 1808-1893) <산수도> 종이에 먹, 94x54cm
칸옥션 2022년 9월30일 제24회 미술품 경매, 낙찰가 300만원
소치(小痴, 허련의 호) 그림은 추사 생전과 사후로 나뉜다고 한다. 소치 자서전인 『소치 실록』을 번역한 김영호 교수의 말이다. 추사가 살아있을 때 그는 정돈된, 완성 추구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주위의 지켜보는 눈이 사라지자 점차 자기 스타일 대로 거칠어졌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어느 쪽인가.
화제에 보이는 서권기(書卷氣), 즉 독서의 향기 내지는 기운은 추사 용어 중 하나다. 내용의 첫 구절은 ‘화법가학이득지 화의비학이유지(畵法可學而得之 畫意非學而有之)’. ‘그림 그리는 법은 배워서 얻을 수 있으나 그림의 뜻이란 것은 배워서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유다서권기이발지(惟多書卷氣以發之)’로 ‘오로지 독서 기운이 많아야 드러나는 것이다’는 뜻이다. 이 글귀는 다른 그림에도 더러 보이는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