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고가시풍(古家詩風)> 2004년, 종이에 먹 34x90cm
서울옥션 2022년 8월23일 제168회 경매
낙찰가 150만 원
시인이 가고 난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질풍노도의 세월 한복판에 서서 비바람을 있는 대로 맞았던 시인. 그는 가면서 먹 그림을 남겼다. 그가 붓을 든 것은 출소 이후라고. 한때 몰골(沒骨)로 난 따위를 치면서 주위에 은근 자랑까지 했다나. 글씨는 어디까지나 그 사람. 시인의 귀에 바람이 시처럼 다가온 어느 순간을 적은 듯하다.
‘옛집 바람 소리에 시구(詩句)가 섞였으니 귀 크게 열고 듣노라니 왈 불이선(不異禪)이로구나’ 시인의 귀에는 늘 시구가 일렁이고 있었나 보다. 낙관은 ‘갑신 한식절(甲申寒食節) 일산 교하(一山 交河)에서 지하산인(芝河散人) 모심(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