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내재율 2008-45>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5x91.5cm(50호)
서울옥션 2022년 7월26일 대구 경매
낙찰가 6,000만 원
만일 먼 곳에 있는 어떤 사람과 전화를 하면서(물론 영상통화 기능은 없다) 어떤 추상미술 작품을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추상미술이 ‘재현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이상, 그림 속에는 말로 설명할 그 무엇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할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렇다 할 구도나 구성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실마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데 유일하게 느껴지는 것이 전체의 조화, 하모니다. 색이든 선이든 추상미술에는 불협화음이 없는 음악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통일감 같은 것이 있고 이것은 주로 신체의 운동성을 통해 드러난다. 운동의 흔적이란 화가가 ‘내가 나’라고 주장하는 아이덴티티처럼 각 화가마다 다르다. 물감을 여러 층 반복해 미묘한 질감과 색감이라는 조화를 만들어내는 이 작품도 김태호만의 자각적인 신체 운동의 흔적이다. 전체가 블루로 보이는 것은 거기에 곁들인 작가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