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언제 때 고려인가. 그 생각을 하면 온전히 남아 있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구름 사이로 둥실둥실 학이 날고 있다. 동그랗게 창을 낸 원권문(圓圈文) 안에는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봉황이 있고, 그 뿐 아니라 어깨에서 목으로 올라가는 부분에는 포도 문양(주렴문이라고 할 수 있다)이 자리하며 그 위쪽에 또 운학문이 반복되고 있다. 아깝고 아쉬운 점은 주구(注口) 등을 부분 수리한 것이다. 그렇긴 해도 학과 봉황이 나란히 새겨진 사례가 드물고 드물어 감상에 십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