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중기 제일의 경제 도시였던 양주에서 묵죽화로 이름을 날리던 정판교는 대나무 그림 한 폭 값이 살아있는 대나무 100그루 값보다 더 비쌌다고 했다.
정판교 일화에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16일 열린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진짜 달항아리보다 그림으로 그린 달항아리가 더 비싸게 낙찰된 일이 일어났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 미술에서 각별하다. 18세기 중반에 만들어지나 넉넉하면서도 푸근한 느낌이 마치 조선의 공예 정신, 나아가 조선인의 심성을 대변하는 것 같아 특별히 애호되는 도자기다. 이미 3점이 국보, 4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일찍부터 현대 도예가들도 달항아리를 놓고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이란 과제를 가지고 씨름을 했다. 그림 쪽에서도 도자기를 더없이 사랑하고 또 수집까지 했던 김환기, 도상동 등에 의해 화폭 속에 재현됐다. 오늘날에도 여러 화가가 달항아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17일 코로나 때문에 서울서 열리 서울옥션의 홍콩 세일에는 원로과 중견 공예가가 만든 달항아리 3점과 중견화가 2 사람이 그린 달항아리 그림 2점이 나란히 나왔다. 결과는 5점 모두 낙찰.
정판교 일화와 비교하기 힘든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림 쪽이 실물보다 비싸게 팔렸다. 해석은 각자 다르겠지만 2020년 여름 서울의 경매시장에서 달항아리를 보고 그린 그림이 실제로 만든 달항아리보다 비싸게 팔린 것은 사실이다.(*)
Lot. 45 권대섭(b.1952) <백자 달항아리> 2019년작, 높이 52.8cm, 3만 2000 홍콩달러 낙찰(약 490만원)
Lot. 46 김익영(b.1935) <백자 달항아리> 2018년작, 높이 51.5cm, 8만 4000 홍콩달러 낙찰(약 1,320만원)
Lot. 47 이용순(b.1957) <백자 달항아리> 2019년작, 높이 51cm, 4만 홍콩달러 낙찰(약 620만원)
Lot. 48 강익중(b.1960) <행복한 달항아리(Happy Moon Jar)> 91.5x91.5cm, 나무판에 혼합재료, 2012년작,
11만 홍콩달러 낙찰(약 1,700만원)
Lot. 49 최영욱(b.1964) <카르마Karma> 2017년작, 캔버스에 혼합재료, 165.0☓150.0cm,
20만홍콩달러 낙찰(약 3,1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