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에 열린 칸옥션 제12회 미술품 경매에서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1689)의 초서 한 점이 2천 2백만원에 낙찰됐다.
Lot. 019 송시열 <주자어류 朱子語類> 종이에 먹, 94.3x65.3cm 4점, 족자
추정가 KRW 12,000,000-35,000,000
낙찰가 KRW 22,000,000
주자가 강학하면서 제자들의 질문에 답한 어록을 집대성한 『주자어류朱子語類』의 일부분을 17세기 조선의 관료이자 학자, 서예가인 우암 송시열이 초서로 쓴 작품이다. 그는 주자의 성리사상과 실천 이념을 충실히 계승한 조선 기호학파의 학자로 주자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철학을 펼쳤다. 세로 94cm로 꽤 크기가 크며 힘있고 웅장한 필치이면서도 우아한 리듬감을 보여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陽氣發處 金石亦透 精神一到 何事不成
양기가 발하는 곳이면 쇠와 돌도 또한 뚫어진다.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어떤 일인들 이루어지지 않으랴.
송시열의 글씨는 기호학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석봉체石峯體가 근간이 되며 안진경체顔眞卿體·주자체朱子體 등이 혼재되었다고 평가된다. 서풍은 웅건장중하며, 필법에 구애받지 않는 운필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다. 서예를 문인여기로서 단순한 기예로 여기기보다는 성리학적인 수양의 한 범주로 끌어올리려 하였다.
그는 글씨를 크게 써서 돌에 새기는 등 대자서 大字書를 즐겨 썼는데, 이런 대자서에서 우암의 호방하면서도 파격적인 필의가 드러난다.
마지막 폭의 상단에는 조선 말기 문신으로 추정되는 의재 채경묵 義齋 蔡敬默이라는 인물이 집안에서 전해 내려온 우암의 글씨에 대한 소회와 새로이 장황한 내역 등을 적은 기록이 남아있다.
此書 尤齋宋先生親筆 此文 晦庵朱夫子句語也 余家傳之已久 盥手敬玩 其筆法之雄勁 活動燁燁墨色爛然刺眼眞神物也 可謂希世之寶 而竊恐紙毛字蠹 迺妝屛帖 盖世之相距於朱子 則千有餘年 於宋子 則三白餘載 而兩賢之遺蹟 尙存余家 將壽其書壽其文 又將使後昆 有所觀感而興起焉 後學 蔡敬默 謹識
이 글씨는 우재 尤齋 송선생 宋先生의 친필이며, 이 문장은 회암 주부자 晦庵 朱夫子의 어구이니, 나의 집에서 전해 내려온 것이 오래되었다. 손을 씻고 조심스럽게 감상하면 그 필법은 웅경 雄勁하고, 살아 움직일 듯 빛나며, 먹빛도 찬란하여 눈을 찌르니 참으로 신물 神物이라, 가히 희세 希世의 보배라 할 만 하다. 그러나 종이가 마모되고 글자에 좀먹을 것을 두려워하여 곧바로 병첩 屛帖으로 꾸몄다. 대체로 세대의 상거 相距가 주자와는 천 년이 넘고 송자와는 삼백여 년이 되는데 두 현인의 유적 遺跡이 나의 집에 있으니 앞으로 그 글씨와 문장을 오랫동안 보존해야 한다. 또한 장차 후손들로 하여금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 흥기하게 되리라. 후학 채경묵이 삼가 쓰다.
이 글씨는 우재 尤齋 송선생 宋先生의 친필이며, 이 문장은 회암 주부자 晦庵 朱夫子의 어구이니, 나의 집에서 전해 내려온 것이 오래되었다. 손을 씻고 조심스럽게 감상하면 그 필법은 웅경 雄勁하고, 살아 움직일 듯 빛나며, 먹빛도 찬란하여 눈을 찌르니 참으로 신물 神物이라, 가히 희세 希世의 보배라 할 만 하다. 그러나 종이가 마모되고 글자에 좀먹을 것을 두려워하여 곧바로 병첩 屛帖으로 꾸몄다. 대체로 세대의 상거 相距가 주자와는 천 년이 넘고 송자와는 삼백여 년이 되는데 두 현인의 유적 遺跡이 나의 집에 있으니 앞으로 그 글씨와 문장을 오랫동안 보존해야 한다. 또한 장차 후손들로 하여금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 흥기하게 되리라. 후학 채경묵이 삼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