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 오순(19세기 전반 활동)이 부업으로 주문에 응해 그린 그림 한 점이 K옥션에서 1500만원에 낙찰됐다.(수수료 별도) 그림은 18세기후반 이후 인기 높았던 산정일장(山靜日長) 테마를 그린 것이다. 산정일장이란 남송의 문인 나대경(羅大經 1196~1242)이 지은 『학림옥로』에 나오는 글을 말한다. 여기에 욕심 없이 자연과 벗 삼아 사는 문인 생활을 묘사한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문인 취향의 생활 방식이 크게 유행하면서 그림으로도 많이 그려졌다.
오순 <산정일장> 종이에 수묵담채 56x36cm
오순이 그린 산정일장도는 현재 두 종류가 있다. 산정일장도는 보통 글 내용을 여덟 단락으로 나눠 그리는 데 남아 있는 오순 그림은 두 종류 모두 완전하지 않다. 이번에 팔린 그림은 첫 번째 단락만 전하는 세트에 속한다.
그림은 6번째 단락을 그린 것으로 ‘집을 나와 시냇가를 거닐다 시골 노인네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얌전하고 담백한 필치로 문인화풍 산수화를 그린 가운데 단원(김홍도)화파로 분류되는 화가답게 단원 필법이 군데군데 느껴진다. 화제는 단원은 물론 당시 화가들의 주문 그림에 글을 도맡아 단골로 쓰다시피 한 유한지(兪漢芝 1760-1834)가 썼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