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림은 화원과 문인화가가 중심이 되지만 후기가 되면 제3의 그룹으로서 직업 화가도 등장한다. 이들의 등장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늘어난 그림 수요다. 그래서 직업적으로 그림만 그려 생계가 가능한 화가들이 생겨났는데 대표적인 직업화가로는 정조때 활동한 현재 심사정(1707-1769)이나 호생관 최북(1712-1786경)을 꼽는다.
<산수도>(2폭) 종이에 수묵담채 각 26x21cm
경암(鏡巖)이란 호를 쓰는 직업화가 김익주(金翊胄 1684-?)는 이들 보다 한 세대 앞선 시대로 심하게 말하면 조선후기의 직업화가 1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에 관한 자료는 거의 없다. 조선시대에 기록이나 자료가 남겨지기 위해서는 우선 문인들과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에게는 이 부분이 없다. 숙종 때 화원이 아님에도 어진 모사에 특채된 기록만이 있다. 이를 보면 솜씨가 제법이었다고 추정되지만 아쉽게도 남은 그림 역시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경매에 나온 그림은 남종화풍 산수화로 한쪽에 ‘경암사(鏡巖寫)’란 낙관이 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담채법과 대상의 분명한 묘사로 맑은 분위기를 재현내는 솜씨를 보면 잊혀진 숨은 고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