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김환기 열기에 살짝 가려진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 게 미술시장의 박수근 그림 인기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누구나 그립고 아련한 옛 기억에 저절로 빠져든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박수근 그림 최대의 흡인력이다.
3월12일 열린 서울옥션의 151회 경매에서 박수근이 1960년에 그린 작은 골목안 풍경이 5억3천만원(수수료제외)에 팔렸다.
<집골목(창신동 풍경)> 1960년 캔버스에 유채 21.5x26.5cm
이 그림은 청계천 양쪽으로 무허가 판잣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설 무렵 그 한 쪽이 청계천으로 이어진 창신동 골목안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 속 풍경은 흐릿하기 그지없다. 그가 개발한 화강암 같은 울퉁불퉁한 질감에 집이고 인물이고 모두 형체가 분명치 않다. 집은 한 채, 두 채 아니 세 채처럼도 보인다. 인물 역시 집 앞에 나와 앉은 소년 둘에 분홍 옷의 소녀 하나는 분명하지만 소녀 앞에 흰 저고리의 인물이 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기억 속의 장면이 희미한 것처럼.
이 그림은 그가 죽은 뒤 주변 인사들이 생전에 개인전 한 번 갖지 못한 그를 안쓰럽게 여겨 마련한 개인전이자 유작전이었던 중앙공보관 화랑 전시에 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