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의 창시자 겸재 정선(1676-1759)의 절친한 친구가 대시인 이병연(1671-1751)이다. 이병연이 나이는 위였지만 10대부터 한 동네에서 어울린 이래 평생을 붙어다니듯 친하게 지냈다.
이병연은 1732년에 삼척부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정선도 다음해인 1733년에 지금의 포항시 인근인 청하현감이 됐다. 삼척과 청하는 멀다면 멀지만 그래도 모두 관동지방에 속했다. 절친했던 두 사람은 지방관 자격으로 서로 자주 왕래했으리라고 짐작되는데 그래서 그의 관동팔경 진경산수화는 대개 이 무렵부터 그린 것으로 여기고 있다.
정선 죽서루 비단에 수묵담채 24x21.6cm 9600만원
정선의 관동팔경도란 제목의 화첩은 없다. 하지만 관동팔경의 여덟 경치를 대상으로 한 그림은 많이 있다. 그 중에 여러 점이 전하는 것도 있다. 죽서루는 지금까지 간송미술관 소장품 한 점만 알려져 왔는데 이번에 새 그림이 나타난 것이다. 간송미술관 그림이 강 건편에서 정면을 보았다면 이번 그림은 강 위쪽의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각으로 그렸다.
절벽 위에 덩실하게 솟은 죽서루가 보이고 강 위에는 유람객을 태운 작은 배 하나가 떠있다. 절벽과 건물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숲 등 필치가 한층 풀어져 있어 솜씨가 무르익은 시기에 붓을 든 것으로 보인다. 정선은 청하현감으로 내려가던 해에 58살이었다. 최고 추정가는 2억까지 호가됐지만 9800만원(수수료제외)에 낙찰됐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