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부터 보자. 입고 있는 옷은 심의(深衣)이다. 조선시대 관직을 떠난 유학자들이 평상시에 입고 지낸 예복이다. 깃과 소매 끝에 검은 띠를 댄 것이 특징이다. 머리 쓴 건은 평상시 쓰고 지낸 복건(幅巾)이다. 복건에는 어깨로 흘러내리는 끈이 달려있다.
<초상화> 비단에 수묵채색 112.5x70cm 1100만원 낙찰
아래위가 하나로 된 심의는 허리를 포대(布帶)로 여몄다. 포대 끝자락의 검은 색 가장자리를 댄 부분을 앞으로 오게 했다. 포대의 매듭에 걸쳐 색실을 꼬아만든 광다회(廣多繪)를 늘어트렸다. 다회는 색실을 꼬아 만든 끈이란 말이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잘 잔 화문석 위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화문석은 마루바닥이 아니라 나무 평상 위에 깔아 한층 격식을 갖췄다.
초상화 주인공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드러난 광대뼈에 꽉 다문 입 그리고 흰 수염에 끝 모를 깊이를 느끼게 하는 시선으로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절로 느끼게 한다. 그린 사람의 이름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심성 수련과 도덕 수양에 정진한 선비의 이상적 인물상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작화(作畵)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눈 밝은 컬렉터가 1100만원에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