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도 아니고 장수도 아니지만 정녕 애석하게 보이는 죽음이 있다. 장년 초입의 홀연사이다. 근대 화단의 기린아 이용우(李用雨 1902-1952, 호는 묵로(墨鷺))는 그렇다 보이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부산 피난지에서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1세. 홀연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은 당시 그는 피난지였음을 마다않고 개인전을 준비하던 차였다.
이용우 <제일강산> 지본담채 지름 89cm(서울옥션 제144회경매)
그는 9살 때 조선 최초의 사설 화숙인 서화미술회 1기생으로 들어가 이후 조숙한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중년에 마친 삶으로 평가는 중동무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소위 한국화 6대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그림은 25살 때 작이다. 대동강 부벽루에서 본 경치를 그렸다. 절벽 아래의 펼치진 강물과 멀리 물러가는 산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은 젊은 필치가 물씬하다.
화제의 시는 고려 김황원의 ‘장성 한쪽은 넓고 넓은 물이요, 큰 들 동쪽엔 올망졸망한 산이구나(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홍찬유 번역)’ 시구이다. 이 그림은 추정가 4백만-8백만원에 나와 4백만원(수수료 제외)에 낙찰됐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