塑造 菩薩坐像 흙에 금칠 높이 60.5cm
2007년3월9일 서울옥션 제105회 근현대 및 고술품경매 PartⅠNo.122, 4억원 낙찰
노란 호박을 박은 것같은 백호(白毫)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보살상이다. 다물고 있는 작은 입은 어딘가 소년처럼도 보여 풋풋한 인상을 풍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을 가볍게 배 아래쪽에 한데 모으고 조용히 깍지를 끼었다. 깍지를 끼었다고 해도 양손의 엄지손가락은 서로 맞대고 있다. 수인으로 보면 깊은 명상에 잠긴 선정인(禪定印)이다.
몸에 걸친 법의(法衣)는 옷 주름이 굴곡을 이루면서 가볍게 포개져 있다. 마치 천상의 옷처럼 얇고 가벼운 느낌이다. 가슴 쪽에 보이는 단정한 매듭을 보아 법의 아래에 또 한 겹 속옷을 받쳐 입은 것도 알 수 있다. 어깨 위로는 흘러내린 보발(寶髮)이 자연스럽게 걸쳐있다.
목에는 삼도(三渡)가 분명히 보이고 그 아래 보석과 구슬을 꿰어 만든 영락을 걸치고 있다. 조용히 눈을 감은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이며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보관 한 가운데를 자세히 보면 아미타불이 새겨져 있다.
이를 보면 이 보살상은 관음보살을 새긴 것이 분명하다. 당초문으로 장식된 보관을 나무에 새겨져 있으나 보살상 전체는 나무와 무관하게 흙으로 빗은 조소상(彫塑像)이다. 조소상은 우선 나무로 뼈대를 만든 위에 고운 점토로 형상을 빗은 것을 말하는데 대개는 그 위에 옻칠을 하고 이처럼 금박을 입힌다.
칠을 해 견고성을 더했지만 돌이나 나무보다는 아무래도 위약해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상은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법의의 주름과 영락, 얼굴 표정 등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오랜 세월에 군데군데 금박이 떨어져 나가 바탕의 흑칠이 드러나 보이지만 이 역시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일조를 하고 있다.
고려불상의 화려한 제작 경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법의의 얇은 조각 등에서 조선중기 무렵의 제작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