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磁象嵌 蒲柳水禽文 梅甁 높이 32.5cm
2018년6월20일 서울옥션 제148회미술품경매 No.169, 5억3000원 낙찰
고려청자 전성기 때의 매병이다. 매병은 주구(注口)가 아주 작으면서도 어깨가 풍만하게 벌어진 병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자료를 보면 당나라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송나라와 요나라 때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형태를 매병이라고 부른 유래는 분명치 않다. 20세기 초반에 북경대학과 북경사범대학 등지에서 교편을 잡은 중국의 국학자 허지형(許之衡)은 도자기 명칭을 고증한 책에서 작은 주둥이가 매화의 빼빼 마른 가지나 꽂을 정도였기 때문에 속칭으로 이런 이름이 붙게 됐다고 했다.
용도는 주로 술병이었다. 그런데 신안 앞바다에 이어 발굴된 태안반도의 해저 유물선에서는 진유(眞油), 즉 참기름과 꿀을 가리키는 정밀(精蜜)이라고 적힌 나무 표찰이 매병에 꽂혀 발굴돼 고려에서는 술병 이외로도 쓰였던 것이 확인됐다.
청자 전성기 때 만들어진 이 매병에 참기름 내지는 꿀을 담았다고 했다고 해도 전적으로 ‘가당치 않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는 방순(芳楯)한 맛과 향의 귀한 술이 담겼다고 상상하는 쪽이 한결 격에 맞는 듯하다.
이 병에는 그런 상상을 해 보게끔 전성기의 다양하고 격조 높은 솜씨가 가득 구사돼 있다. 우선 형태도 그렇다. 주궁이, 어깨 그리고 하단의 굽 쪽으로 이어지는 선에서 견고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병을 빙 둘러가면서 여섯 군데에 골을 냈다. 이른바 참외형 외관을 따름으로서 보통의 병과 다른 격조를 갖췄다.
형태 외에 솜씨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문양이다. 문양은 어깨를 뺑 둘러 두른 여의두문(如意頭文)에서 시작한다. 여의두문은 원래 신분이 높은 사람의 천정을 덮는 천개(天蓋)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병의 여의두문은 여섯 쪽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마치 하나의 문양처럼 돼 있다. 안쪽에는 석류문을 새겨 넣었다. 석류는 흰 색의 백상감으로, 그리고 잎과 줄기는 흑상감의 선으로 묘사했다.
그렇기는 해도 문양의 하이라이트는 능화창(菱花窓) 안에 새겨진 주문양이다. 능화창은 참외골을 따라 여섯이 각각 마련돼 있는데 이 능화창도 흑선은 가늘게 백선쪽은 두껍게 상감을 넣어 입체감을 느끼게 했다.
이 능화창 안에는 각기 다른 자연의 모습이 흑백 상감으로 또 새겨져 있다. 각 장면은 연꽃 핀 연못에 노니는 오리를 새긴 것이 있고 버드나무 늘어진 물가에 물새를 새긴 것도 있다. 또 대나무와 매화가 나란히 서 있는 숲에 깃든 새도 있다. 새와 나무가 짝이 되는 패턴은 상감청자의 단골 문양이지만 여기서는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총출동한 인상이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어깨의 여의두문과 몸체의 능화창 사이의 빈 여백도 그냥 두지 않았다. 선을 파낸 자리에 고인 유약으로 문양을 드러내게 음각 기법으로 모란 문양을 병을 뺑 돌아가며 채웠다. 구사된 문양 기법을 손꼽으면 상감시대 말기에 보이는 퇴화(堆花)나 진사(辰砂)기법을 빼고는 모두 등장했을 정도이다.
이런 정도의 솜씨와 정성이 담긴 병이고 보면 잘 익은 개성 명주(名酒)가 담겼다고 해도 틀린 상상은 아닐 것이다. 13세기 전반 청자의 전성기를 말해주는 매병의 하나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