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磁象嵌 梅竹葡萄文 瓢形甁 높이 58.2cm
2018년5월2일 서울옥션 부산세일 No.94, 16억5000만원 낙찰
도자기를 보는 방법은 여럿이다. 외형만 놓고 보면 색도 있고 형태도 있고 기법도 감상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크기이다. 크기는 평균보다 훨씬 작은 것도 시선을 끌지만 당연히 보통을 훨씬 뛰어 넘는 대형도 눈길을 끈다.
대형 도자기에서는 만드는데 있어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기술과 솜씨가 요구된다. 재료와 불을 다루는 기술이나 솜씨에 작은 연적이나 접시를 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청자상감 매죽표도문 표형병은, 표주박 형태로 된 상감청자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청자가 혹시 있다면 모를까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으로는 가장 크다.
도자기는 청자이든 백자이든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거치면 원래 크기의 30~35%가량이 줄어든다. 이 병의 현재 크기 58.2cm를 고려하면 맨 처음 흙으로만 빗었을 때의 모습은 계산해보면 키가 75.7cm에서 78.6cm까지가 된다.
이처럼 거대한 크기의 도자기는 흙을 빗어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굽는 데 당연히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작업장 내에서 들고 옮기고 다루는 데에도 훨씬 많은 인력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물건은 당연히 특별 주문에 의한 특별 제작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병 전체를 덮고 있는 현란한 문양은 이 표주박형 병이 특주품(特注品)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말해준다. 우선 이 표주박형 청자병은 큰 크기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히고 반듯한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문양은 위쪽의 주구(注口)에서 밑의 굽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포도동자문을 새겼다. 넓은 포도 잎은 백상감 처리했고 포도알갱이는 하나하나 자토를 넣어 흑상감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포도 넝굴에 매달린 동자(童子)는 선으로 새긴 뒤에 백토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병의 4면에 돌아가면서 화창(花窓)을 내고 여귀와 버드나무 아래의 학과 대나무, 매화나무를 별도의 문양으로 더했다. 여기도 물론 흑백 상감기법이 쓰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바람이 흐늘거리는 버드나뭇 잎을 한 잎 한 잎 상감처리하고 학의 부리와 눈에 마치 화룡점정하듯 흑상감을 넣은 것은 지극정성의 기법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 이 선생은 13세기 고려상감의 최고 절정기에 제작된 상감청자 가운데 대표급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는 걸작이라고 말한다. 단, 이 병은 출토시의 손상으로 약간의 수리가 있는 것으로 전한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