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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션하우스의 명품들] 92. 백자청화진사채 투각운학문 사각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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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磁靑華辰砂彩透刻雲鶴文硯滴 8.4x8.4x6.4(h)cm
2006년2월23일 서울옥션 제100회 미술품경매 No.82, 1억2500만원 낙찰


흔히 광주 분원이라고 하지만 이는 근대 들어서의 호칭이다. 조선시대에는 누구나 양근 분원이라고 불렀다. 처음 분원이 설치됐을 때 경기도 양근군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08년 양근군은 지평군을 합쳐 양평군이 됐다. 1914년에 다시 광주군이 생길 때 여기에 편입되면서 광주 분원리가 되었다. 

그래서 양근 분원이라고 부르면 광주 분원보다 훨씬 조선시대 분원다운 뉘앙스가 느껴지게 된다. 영조 때부터 고종 때까지 이어진 양근 분원시대에 오래도록 축적된 기술과 솜씨의 진수가 한데 모여 발휘된 백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연적이다. 투각도 그렇지만 청화에 진사를 함께 쓰였다.



우선 형태를 보면 물을 담는 내기(內器)와 장식을 한 외기(外器)로 따로 만들어 이었다. 내기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둥근 형태이다. 여기에 수도관을 두 곳에 달아 하나는 윗면 한 쪽 구석으로 냈다. 이곳이 출수구이다. 그리고 입수구는 윗면에 투각한 청색 학의 눈으로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이었다.

투각 문양은 윗면은 운학문을 새겼고 측면은 변형을 가한 형태의 만(卍)자 문양을 팠다. 먼저 운학문이지만 이는 고려 청자에 보이는 운학문과는 다르다. 사각 형태에 인스피레이션을 얻었는지 흉배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흉배는 조선시대 관리의 정복에 붙이는 표장, 즉 품계를 나타내는 장식이다. 학이 위아래로 들어간 문양은 정3품 이상의 당상관에게만 허락된 표장이다.

당상관의 쌍학흉배에는 학 주변에 물결무늬, 즉 수파문(水波文)이 곁들여진다. 이는 똑바로 선 것도 있고 옆으로 누운 것도 있다. 연적의 투각문양에도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거기에 문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학에는 모두 얕은 음각을 넣었다. 또 수파문에는 윤곽선을 살린 구륵기법을 써서 청화와 진사가 고이도록 해 입체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솜씨가 인정되는 대목이다.



측면은 만자 문양으로 돌렸는데 실은 조선전기만 해도 만자문은 다른데도 그렇지만 도자기에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 부처나 절의 문양으로 많이 쓰였을 뿐아니라 훈(訓) 역시 절만자로도 읽힌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만자는 길상을 뜻하는 범어였다. 중국어로 들어온 것은 당나라 때로 음은 일만 만(萬)자와 같았다. 그리고 뜻에는 길상의 의미를 더해 만복이 모인다고 풀이됐다.

이 만자는 조선후기 특히 길상문 시대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도자기에도 빈번히 쓰이게 됐다. 만자는 도자기 뿐만 아니라 의복, 가구 등에서도 쓰이며 대개는 반복해 등장해 행복이라든가 부귀라든가가 연면부단(連綿不斷)하는 의미를 나타냈다. 이 연적에서도 만자를 조금씩 변형시켜가면서 반복하는 것은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당상관과 같은 고위 관직이 계속되길 바라거나 혹은 만자 문양 옆에 보이는 정체불명의 형상을 만일 여의(如意)라고 가정한다면 만사여의(萬事如意)를 뜻하는 것이 된다.

19세기 후반 오래 묶은 분원 고유의 솜씨와 시대가 바라는 길상 의미를 조합시켜 만든 수작 연적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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