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磁靑華辰砂彩梅花文四角硯滴 9.3x10.3x7(h)cm
2006년 12월 12일 서울옥션 제104회 미술품경매 No.125 유찰
일본의 한국도자연구가로 정부로부터 문화훈장까지 받은 이토 이쿠타로(伊藤郁太郞) 전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관장은 조선백자 가운데 문방구 비중이 크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밝힌 바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적은 어느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도 많고 종류도 많다고 했다. 그는 덧붙이기를 ‘조선 도자의 매력을 얘기할 때 연적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까지 말했다.
청화와 진사로 색을 내고 매화나무가지와 매화꽃을 주문양으로 한 이 연적도 조선도자기의 매력을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이 연적은 19세기중반 분원절정기에 만들어졌다. 문양부터 먼저 보면 네 측면은 매화로 장식했다. 푸른 청화로 굵고 가는 매화 줄기를 그렸고 가지 끝에 붉은 점을 찍어 매화꽃을 그렸다.
이 중 한 면에 개구리 형상을 빗어 붙인 뒤 청화를 발라 물 따르는 출수구(出水口)를 삼았다. 출수구가 있으면 물 넣는 입수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윗면에 있다. 구멍 하나만 뚫어 놓으면 멋쩍어 보일까봐 그랬는지 물결치는 연못 위로 튀어 오르는 잉어를 새겼다.
입수구는 바로 잉어의 벌린 입인데 지느러미는 물론 수염까지 새겨 넣은 음양각의 솜씨가 볼만하다. 여기서도 여기도 진사를 써서 눈, 아가미, 지느러미, 입술 등에 붉은 악센트를 가했다. 잉어 위쪽으로도 진사가 발라져 있는데 그 정체는 불분명하다. 사슴뿔 같아 보이기도 하고 혹은 불꽃처럼도 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식을 제외하더라도 거친 물결 속의 잉어만이라도 문인들에게 문득 짐작이 가는 것이 있다. 어변성룡(魚變成龍) 고사이다. 무대는 중국 황하 상류의 용문이다. 이곳은 협곡으로 물살이 급한데 물고기가 이곳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황하의 물고기를 대표하는 것이 잉어이고 이 잉어가 용문을 거슬러 용이 되는 것은 중국도 그렇지만 조선에서도 과거에 급제해 출세하는 것에 비유됐다.
그리고 아직 겨울이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어느 것보다 일찍 꽃을 피우는 매화 역시 그 특성이 군자의 올곧은 성격에 닮은 것으로 여겨졌다. 진사와 청화를 써서 화려하게 잉어와 매화로 치장했지만 그 문양의 이면에는 군자의, 문인의, 사대부의 목표를 잊지 않고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의 장식으로 굽을 기단처럼 만들고 바닥과 닿는 면에 꽃잎무늬의 창문처럼 보이는 풍혈(風穴)을 냈다. 여기에 다시 진사 안료를 칠해 마치 나무로 만든 대좌(臺座)위에 연적이 놓인 것처럼 보이게 있다. 이로서 굽은 전체적인 안정감 위에 소박하고 경쾌한 느낌을 더하게 됐다.
그 위에 보존 상태도 뛰어나 미술시장에서 아무렇게나 볼 수 있는 연적과는 다른 품격을 지니게 됐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