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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션하우스의 명품들] 86.백자 청화진사운학문 투각필통
  • 1833      

白磁靑華辰砂雲鶴文透刻筆 지름 10.5 높이 12.3cm
2010년3월11일 서울옥션 제116회미술품경매 No.92, 유찰 


백자색이 맑고 투명한 필통이다. 메인 문양을 투각으로 새겼으나 각을 얕게 넣어 마치 부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양은 구름과 학으로 이른바 운학문이다. 한국 도자기에서 운학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려 상감청자이다.

상감청자 가운데 특히 매병에 운학문이 많이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에메랄드빛 빈 공간을 하늘 삼아 흰 구름이 떠 있고 학이 보인다. 구름은 떠 있다기보다 마치 어디선가 피어오른 듯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이 더 많다. 학은 그 사이로 흰 날개를 활짝 펴고 가늘고 긴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유영하듯이 날고 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부분, 높이 39.1cm 국립중앙박물관

이런 운학문은 흔히 천상 세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깊고 그윽한 푸른빛을 배경으로 반추상화된 학 모습이 도저히 지상적 세계의 그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학은 조선 시대에 들어서도 계속해 문양으로 쓰였다. 그렇지만 전기에는 이상하게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후기 들어 많이 나타난다. 후기에도 앞쪽에는 운치 있는 문양로서 단독으로 등장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찬조출연이 더 많아진다.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문양에 다른 여러 상징물들과 함께 그려졌다.

조선의 학문양이 고려와 다른 점은 여럿이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띠게 차이 나는 것은 고려 때처럼 작게 그리지 않고 큼직하게 그리는데 있다. 이는 조선시대 들어 청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문양이 도안보다는 회화적 성격이 강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필통에 새겨진 커다란 학은 회화적 경향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보일 정도로 장식적이고 도안적이다. 필통의 몸통 공간에는 우선 빈틈없이 구름이 꽉 차있다. 그 사이에 학 역시 아래위까지 이르도록 큰 모습으로 새겨졌다. 회화적 느낌이 드는 부분이라고는 동그랗게 뜬 눈과 뾰쪽한 부리이다. 여기에 진사가 발라져 있다. 불조절 문제로 색은 조금 흐트러졌다.


학의 날개는 음각으로 깃털 하나하나를 새겨 단번에 장식적 느낌이 전면에 가득하게 했다. 이 깃털에는 청화가 발라져 있는데 이상하게 중간에 손을 뗐다. 즉 그대도 두어 백자의 흰 바탕색이 드러나게 했다. 이로서 청화와의 대비가 한층 강렬해 지면서 장식적 성격도 두드러지게 됐다.

회화적이기 보다 도안적 성격에 포인트를 두고 있으나 과감한 채색의 대비, 정교한 조각 그리고 맑은 백자색에 고운 모래를 받치고 구운 세심한 굽 처리 등으로 19세기 분원전성기에 제작된 수준 높은 필통의 하나로 보기에 충분하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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