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磁靑華蓮花梅鳥水楪匙 지름 23.5cm
2014년12월17일 서울옥션 제134회 미술품경매 No.267번 7300만원 낙찰
한 폭의 그림 같은 문양이 가득 한 접시이다. 마치 연꽃 밭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연꽃, 연잎, 연밥이 하나 가득하다. 분명 연꽃 밭이 틀림없는 것은 넓적하게 벌린 연잎 아래 출렁이는 물결 문양으로도 그렇다. 이 운치 있는 연못가에는 빙 둘러 괴석을 쌓여 있고 괴석 사이로는 들풀도 천진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만해도 훌륭한 감상거리인데 여기에 더해 부리가 긴 새 한 마리를 연줄기 위에 앉혔다. 새 무게가 힘겨운 듯 연줄기가 옆으로 크게 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더 솜씨를 발휘해 연밥 속의 연과 하나하나까지 그려서 보는 이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있다.
또 있다. 접시를 뒤집어 보면 별다른 세계가 또 펼쳐져 있다. 뚜껑 손잡이로 쓰인 거꾸로 선 굽 안쪽에는 바위틈에 청초하게 피어난 난초를 그렸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한 편에는 대나무, 다른 한 편에는 길게 뻗어 매화꽃이 만발한 가지를 그렸다. 소위 ‘매난국죽’에서 국화만 빠진 형국인데 늙은 가지에 새 한 마리를 그려 넣어 운치를 더했다.
한 폭의 감상화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19세기 후반 들어 사회에 취향과 취미의 시대가 열리면서 도자기에도 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했다. 순백의 겸양, 절제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을 것 같았던 화려하고 멋진 문양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접시에서도 그랬는데 단순히 그려진 것이 아니라 꽉 차게 그려졌다.
19세기 접시는 접시 가장자리인 구연부(口緣部)에 전이 없는 대신 안으로 오므라진 게 특징이다. 그리고 구연부에 바짝 붙여 둘 줄의 청화 선을 그려서 안과 밖의 구분을 분명히 한 다음 안쪽에 문양을 가득 그렸다.(조선 전기의 접시는 구연부에 폭이 넓은 전을 달아 편평한 게 만든 게 많다)
이러 접시는 당연히 감상용이다. 접시의 출발이 식기였을 테지만 솜씨 좋은 화수를 불러 앞뒤로 가득 문양을 넣은 접시를 제아무리 운치 있는 양반부호라도 밥상이나 주안상에 함부로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접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약이 긁힌 자국이 거의 없다. 이는 실제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애초부터 감상을 목적으로 화려한 문양을 가득 그린 접시가 주문되었고 그에 맞춰서 뛰어난 솜씨의 화수(畵手)가 동원돼 도공과 이인합작으로 이런 접시를 만든 것이다.
푸른색이 감도는 은은한 백자 유약에 탁월한 그림 솜씨, 안팎의 문양, 차분한 청화 색 그리고 뛰어난 보존 상태 등으로 보아 '19세기를 대표하는 청화백자 접시 중 하나'로 지목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이 선생은 말하고 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