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磁靑華山水文六角注子 높이 16m
2015년3월9일 서울옥션 제135회 미술품경매 No.75번 유찰
분원 후기 그러니까 19세기 중후반에 만들어진 청화백자 주전자 가운데서도 이채를 띠를 주전자라고 할 수 있다. 장식과 치장이 여느 주전자는 급이 다를 정도로 특별나다. 우선 육각으로 된 형태 자체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모습이다. 이런 형태가 어디서 유래하는가 하는 데 대해 전문가 이 선생은 청동이나 백동의 금속용기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참고] 백자청화국화문다각병 높이 12cm 국립중앙박물관 이홍근기증
실제로 19세기 중후반이 되면 분원에서는 이 주전자처럼 각진 형체를 가진 술병들이 제법 만들어졌다. 이런 각 병이 만들어지던 무렵 소위 동일한 컨셉으로 이 주전자도 함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점은 특별하게 신경을 쓴 문양이다. 우선 위쪽에서부터 보면 주전자 손잡이부터 다르다. 보통의 주전자에 보이는 단순한 띠 형태가 아니라 골을 일부러 만들었다. 그리고 맨 위쪽 부분에 이화꽃 문양을 조각으로 새겨 넣었다.
이렇게 되면 왕실 내지는 왕족 집안을 위한 특별 제작인 점을 당연히 짐작케 된다. 두 번째는 뚜껑이다. 주전자 몸통의 구연부 쪽에 육각의 턱을 만들어 육각 뚜껑이 덮이도록 했다. 뚜껑 손잡이 역시 다면체의 병을 축소시킨 것처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면 안쪽에 청화의 선을 넣어 고급한 느낌을 한층 더했다. 그리고 뚜껑 면에는 수(壽)를 돌아가면서 썼다.
주구(注口) 역시 사각으로 각을 냈고 끝에 만자문을 청화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메인 문양에 앞서 구연부쪽에는 여의두문을 둘렀다. 메인 문양은 주전자 양면에 능화창을 내고 그 안에 산수인물 문양을 넣었다. 한쪽은 마치 유명한 소상팔경의 한 폭을 보는 것처럼 멀리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돛을 접은 배들이 포구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다른 한 폭은 정자관(程子冠)을 쓴 듯한 인물이 한가롭게 지팡이를 끌며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산속 정자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두 장면 모두 문인들이 애호 하는 소재 혹은 운치 있는 생활의 한 컷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양의 하이라이트는 실은 이쪽의 메인이 아니라 주구 반대쪽의 여백에 그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날개를 펼친 박쥐가 비스듬히 그려져 있다. 박쥐 귀를 더듬이처럼 그려 나비처럼도 보이는데 어쨌든 박쥐 문양은 오복을 상징하는 기원으로 분원 후기의 도자기에 많이 등장한다.
그렇기는 해도 여기에서처럼 왕가의 문장과 격조 높은 문인 취향의 산수화와 나란히 등장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이색적 조합도 그렇지만 육각의 술 주전자 자체가 극히 사례가 드물어 일반적으로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선생의 말이다.
한 마디 더 덧붙이면 이 주전자의 굽은 도자기를 빗은 뒤에 바닥을 파내서 만든 굽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19세기 중후반 분원에서 쓰인 전형적인 기법의 하나로 이것만으로도 이 주전자가 만들어진 시대를 알 수 있다고 한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