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磁靑華鳳凰文偏甁 높이 18.3m
2005년1월26일 서울옥션 제93회 미술품경매 No.73번 유찰
용과 봉황, 기린, 거북은 예전부터 영험한 동물로 사령(四靈)으로 불렸다. 용은 변화에 능하고 봉황은 난리를 다스리며 거북을 길흉을 예측한다고 했다. 또 기린은 그 성질이 인자하고 어질다고 했다.
이런 영험하고 신령스러운 능력으로 인해 각각에는 절대적인 권위가 부여됐는데 특히 용은 왕을 상징했다. 봉황은 최고 권력자를 직접 상징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하다고 해 군주의 덕을 간접적으로 칭송하는 상징으로 쓰였다.
사령 동물 중에서 그림이나 장식문양으로 쓰인 것은 용과 거북이 압도적으로 많다. 용은 도자기에 자주 등장한다. 물론 수묵화로 운룡도(雲龍圖) 역시 많이 그려졌다. 거북은 십장생의 하나로 손꼽히면서 십장생 그림에 단골도 등장한다. 도자기에서도 주로 십장생의 하나로 그려졌다.
반면 기린은 민화를 빼놓고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봉황은 어떤가. 봉황 또한 봉황만을 다룬 그림은 찾기 힘들다. 군선도에 서왕모(西王母)가 가끔 봉황을 타고 등장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또 민화에도 등장하는데 문자도(文字圖) 가운데 염(廉)자에 보인다. 이때 ‘봉황은 한번 날 때 뭇 새와 달리 천길 높이로 날며 제 아무리 굶주려도 좁쌀은 먹지 않는다(鳳飛千仞 飢不啄粟)’는 글귀와 함께 그려진다.
19세기 들어 분원 도자기에 봉황 문양이 등장하는 것은 문자도의 이런, 청렴, 결백, 염치 등의 의미와는 다르다. 그보다는 태평성세에 나타난다는 봉황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당시 분원에서 봉황문양의 도자기를 구웠지만 알다시피 그 시대의 조선 사회가 그렇게 평안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책에 나와있는 그대로이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분배의 모순 등으로 계층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었다. 또 외세의 침략도 목전에 두었다. 근심과 걱정 그리고 불안이 사회 전체를 짓눌러 내리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와중에 도공이 됐든 화수(畵手)가 됐든 천하평안(天下平安)을 꿈꾼 것이다.
그 꿈이 절박하고 간절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필치와 형태이다. 아주 밝고 흰 태토에 부드럽고 순한 청화로 허공을 자유롭게 나는 봉황을 그렸다. 형태에는 거추장스런 장식을 가급적 자제했다. 흔히 어깨에 보이는 동물조각 대신 구멍 고리로만 대신했다.
장식이 거의 없어 마치 넓은 허공을 나는 듯이 그려진 봉황에 시대의 바람이 간절히 담긴 듯이 여겨지는 편병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