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磁靑花 雲龍文 壺 높이42.5m
2009년6월29일 서울옥션 제114회 미술품경매 No.140번, 1억6500만원 낙찰
도자기든 서화든 안목을 기르는 데에는 현물 비교가 최고다.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웬만한 경우에는 저절로 우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이점이 있는데 컬렉터로서는 본인의 취향과 감각이 어느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2009년 초여름의 경매에는 비슷해 보이는 백자청화 운룡문 항아리 두 점이 나란히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물론 비슷하다고 해도 차이는 많다. 우선 한쪽은 용을 그린 청화의 코발트색이 짙고 강한 반면 다른 한 쪽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보일 정도로 엷다.
색은 옅지만 키로 보면 옅은 쪽(44cm)이 청화색이 짙은 쪽(42.5cm) 보다 크다. 그런데 벌어진 어깨는 또 다르다. 청화색이 짙은 쪽(37.5cm)이 우람하게 벌어졌다면 옅은 쪽(32.8cm)은 큰 키에 잘 어울리게 핸섬하다.
백자청화 운용문 항아리(白磁靑花 雲龍文壺) 높이36.5cm
2009년6월29일 서울옥션 제114회 미술품경매 No.145번, 유찰
용을 그린 묘사 방식도 다르다. 청화색이 짙은 쪽은 앞가슴을 있는 앞으로 불쑥 내밀어 위엄을 한껏 과시한 포즈이다. 반면 옅은 청화색 쪽의 용은 앞가슴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 속에 가렸다. 뿐만 아니라 몸체의 절반 이상을 구름에 가린 모습으로 그렸다. 완전하게 보이는 것은 얼굴 부분뿐이다. 머리 뒤쪽에 보이는 갈기를 똑바로 곧추 서게 그려 이를 통해 위엄을 상징했다.
종속 문양에도 약간이 차이를 보인다. 짙은 청화쪽은 구연부에 파도처럼 보이는 당초 문양을 두른 반면 옅은 쪽에는 이것이 없다. 또 여의두문 역시 짙은 쪽은 어깨가 시작되는 지점 외에 하단부에도 한 번 더 둘렀다.
18세기 들어 중반 무렵이 되면 왕실용으로 오조(五爪), 즉 발톱을 다섯 그린 청화백자 운룡문 항아리가 제작돼 쓰였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솜씨를 그대로 이어받되 발톱의 수를 하나 줄여 한 랭크 아래에서 사용하는 운룡문 항아리가 제작됐다.
따라서 이 두 항아리 모두 오조 용문항아리 이후의 세대의 것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짙은 쪽은 직후에 제작돼 오조 용문 시대의 필력이 상당수 전승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옅은 쪽은 직후의 다음 세대로 여겨져 새로운 수요층의 미감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이 선생에 따르면 짙은 청화색의 운룡문 항아리는 시기적으로 극히 짧은 기간 동안에만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또 로트번호 140번 사례, 즉 짙은 청화쪽은 ‘현재 알려진 사조(四爪) 운룡문항아리 가운데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수작’이라고 덧붙이고 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