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청화 화조문 수복강녕명 호
白磁靑花 花鳥文 壽福康寧銘 壺 높이37.8cm
2012년9월26일 서울옥션 제125회미술품경매 No.424번, 1억원 낙찰
컬렉터의 눈과 마음이란 다름 아닌 개성(個性)입니다. 같은 물건을 보아도 남이 못 보는 것이 보이고 남과 다른 것이 느껴지는데서 비로소 컬렉션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이 말하는 대로 보고 생각해서는 결코 자기만의 물건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청화 항아리는 색이 좋고 문양이 단정해 누구나 눈길을 보낼만 합니다. 이색적인 것은 매화나 대나무 가지가 아닌 덩굴 줄기 위에 새가 앉은 모습을 그린 문양입니다. 덩굴 중간 중간에 모란처럼 보이는 큰 꽃이 보이지만 잎사귀는 결코 모란 잎이 아닙니다. 말하지만 상상의 덩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위에 새가 사방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문양은 후기의 청화백자에 더러 등장합니다.
이런 위쪽 화조문 아래에 다시 두 개의 선을 그어 구획을 나눴습니다. 그 사방 이중 원을 치고 길상(吉祥) 어휘를 적어 넣었습니다. 개성적인 눈을 자임하는 컬렉터라면 응당 괄목할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보통 길상어휘는 잘 알다시피 ‘수복강녕(壽福康寧)’에 그칩니다. 수복강녕의 유래는 『서경(書經)』입니다. 여기에 오복(五福)이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으로 열거돼 있습니다. 강녕은 건강이며 유호덕은 덕을 쌓아 남에게 존경을 받는 일입니다. 주어진 명대로 잘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 고종명입니다.
청화백자에 흔히 보이는 ‘수복강녕’은 민간에서 오복을 가져다 쓰면서 수(壽)를 수복(壽福)으로 부른 데에서 연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항아리에는 ‘수복강녕’에 다시 ‘복(福)’자 한 자를 더 적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수복과 강녕복. 즉 오래 사는 복을 누리시고 그 위에 건강이란 복도 누리라는 보다 확실한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남과 다른 것을 모토로 삼는 컬렉터라면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물론 구연부 아래의 여의두문과 넝쿨 문양 그리고 새를 그린 필치에서 18세기 후반의 격조 있는 화원의 솜씨가 느껴진다는 점 역시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