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磁壺 높이 59cm
2015년6월16일 서울옥션 제136회 미술품경매, 10억5천만원 낙찰
척 보아도 때깔이 나는 항아리입니다. 맵시도 그렇고 빛깔도 선뜻 눈에 들어옵니다. 이는 아마도 그 훤칠한 키에서 오는 인상 때문이 클 겁니다.
이 도자기의 키는 59cm이나 됩니다. 현재 전하는 조선시대 도자기 가운데 60cm를 넘는 것은 그저 두어 점이 알려져 있을까 말까합니다. 그만큼 보기 드문 크기입니다. 그러면서도 당당함이 있습니다. 이는 몸통을 이루는 어깨의 폭이 바닥면의 그것에 두 배를 훨씬 넘는 데서도 확인이 됩니다.
큰 도자기를 빗을 경우에는 상하 두 개를 만들어 포개 잇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간에 어딘가 이음매라고 연상되는 부분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이 항이라도 있기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군데군데 슬쩍 남아있는 물레의 자국과 뒤섞이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대개 도자기 감상에서는 선을 보라고 말합니다. 선이란 주둥이, 즉 구연부에서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바닥까지 이어지는 측면의 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항아리의 구연부는 다른 키큰 항아리들과 달리 조금 밖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른바 달 항아리에 많이 보이는 구연부 처리방식입니다.
이어서 부드럽게 벌어진 어깨선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어깨에서 가장 폭이 넓은 지점에서 바닥면으로 사선을 긋듯이 선이 거의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곡선의 미술라고 일컬어지는 조선 문화에서 이토록 곧게 내리뻗는 선은 보기 드믑니다. 비단 도자기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공예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또 있습니다. 바닥면으로 흘러 수렴되기 직전에 조금 밖으로 벌어졌습니다. 보일 듯 말 듯한 이 외반(外反) 처리로 인해 위쪽에서 직선으로 흘러내린 선의 긴장이 살며시 풀어졌습니다.
조선 도자기의 특징은 이 모든 것이 계산이나 사전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공의 마음과 생각이 손을 그리 움직였다는 것인데 이것이 조선 도자기에 보이는 자연주의적 성격이란 바로 이런 것을 가리킵니다.
이런 유려한 선을 보이는 백자항아리는 17세기후반에서 18세기 전반 사이에 경기도 광주의 관요 백자가마에서 만든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이렇게 키가 크고 때깔이 좋은 항아리는 미술시장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백자호 17세기후반 높이 54.7cm 43.1cm 이병창기증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참고로 비교될만한 다른 걸작을 소개하면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에 있는 이병창(李秉昌)박사기증 백자항아리가 있습니다. 이 항아리는 높이가 54.7cm이며 17세기후반 제작으로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