粉靑沙器 象嵌牧丹文 扁甁 15세기 높이 20.5cm
2003년9월25일 서울옥션 제78회 미술품경매 별도문의
고려 전성기의 청자에는 편병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중에 원의 지배를 받으면서 등장합니다. 상감문양의 전성기를 살짝 지나간 뒤가 많습니다. 이때에 만들어진 청자 편병은 아주 납작한 것은 아닙니다. 사진으로 보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슬쩍 두드린 정도입니다.
이 병도 그런 연장입니다. 제대로 납작한 편병과는 다른 계통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자 전통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청사기는 좋은 청자 태토, 즉 자토(자土)를 구하지 못한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청자 흙으로 빗은 자기는 가마를 밀폐시키고 구을 때 흙 속에 있던 철 성분이 변하면서 청색이 나옵니다. 좋은 흙이 아니면 청색은 물론 얇게 빗어내기 힘듭니다.
좋은 흙을 구하지 못해 백토 물을 바른 것이 분청사기라는 점은 앞서도 말했습니다. 이 분청사기는 백토를 짙게 바르는 대신 광택이 좋은 담녹색 분청유약을 발랐습니다. 어딘가 청자처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투박한 느낌의 몸통 아랫부분을 보면 분청적 특징이 완연합니다.
여기에 많은 문양을 넣었습니다. 기법은 상감입니다. 물이 나오는 주둥이에도 몸체 끝까지 넣었습니다. 목과 어깨까지는 선과 가락지 모양 같은 추상 문양입니다. 그러다 몸체에서 대담한 변신을 했습니다.
편평하게 두드려 생겨난 앞 뒤 공간에 한쪽은 삐죽 큰 연꽃을 새겼습니다. 다른 한쪽은 잎이 큼직큼직한 모란을 넣었습니다. 모란은 잎과 꽃잎 모두를 긁어내고 백토로 채워 넣었습니다. 이렇게 넓적한 면을 채워 넣은 것을 면상감이라고 합니다.
선상감, 면상감 모두 사용했으나 자토를 이용한 흑상감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병 군데군데에 거뭇거뭇한 점 같은 것이 보입니다. 이는 태토에 섞여 있던 철분이 가마 열에 녹아나온 것입니다.
이는 미완성의 자연스러움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러움과 별개로 미완성은 미완성입니다. 정련되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노출해서는 궁중용과 같은 최고급품이 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보다 하위계층 용도가 됩니다. 분청사기에는 조선의 서민적 정서와 미감이 짙게 담겨있다는 지적은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