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磁透刻丸花文墩 13세기 높이40cm
2004년2월26일 서울옥션 제85회미술품경매 No.76 별도문의
화병이나 찻잔만 보아오던 눈에 조금 특이하게 보이는 기형입니다. 팔걸이 없는 의자입니다. 돈(墩)이라고 합니다. 돈(墩)은 원래 평지에서 조금 돌출해 있는 땅입니다. 이 말이 도자기에 쓰이면서 팔걸이 없는 의자, 즉 스툴을 가리키게 됐습니다.
서양도 그렇지만 스툴은 고대 중국부터 쓰였습니다. 당송(唐宋)그림에는 궁중 또는 귀족 생활을 묘사한 그림에 자주 등장합니다. 대개 화려한 자게 장식을 한 나무의자가 보통입니다. 송 문화의 영향이 짙었던 고려에서도 당연히 쓰였을 것입니다.
더욱이 청자의 나라였던 점을 고려하면 청자로 만들 생각을 애초부터 했을 것입니다. 고려 자료는 아닙니다만 조선전기 그림에 이게 등장합니다. 왕족화가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은 술 받아오는 동자를 기다리는 고사(高士)를 그리면서 도자기 돈에 걸터 앉아있는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참고: 이경윤 <시주도(詩酒圖)> 저본수묵 23.3x22.2cm 호림박물관
이 그림을 보면 아래쪽에 가락지문양(環文)을 한번 돌렸습니다. 그 위에 연꽃잎을 늘어놓은 것같은 연판문(蓮瓣文)이 보입니다. 엉덩이와 닫는 부분은 불분명합니다만 구름을 그린 것처럼도 보입니다. 아마 여의두문(如意頭文)일 것입니다. 보통이 그렇습니다.
여의두문은 구름 세 개가 몽글몽글하게 뭉친 것처럼 보이는 문양입니다. 불교의 의식 용구인 여의(如意)의 머리형태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돈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래쪽에 연판문을 둘렀고 위쪽에는 여의두문을 새겼습니다.
참고: 청자상감 투각화문돈 13세기 높이41.6cm 호림박물관
연판문 위에는 투각으로 당초문을 새겼습니다. 그 위쪽이 볼만합니다. 우선 가락지 형태로 흙을 떠냈습니다. 그러면서 위쪽 하중을 견디기 위해 가락지 사이의 공간에 꽃문양을 남겼습니다. 물리적으로 하중 분산을 고려하면서 멋도 살린 것입니다.
투각 역시 애초부터 그런 이유였을 것입니다. 돈은 어쨌든 성인 한 사람의 무게를 견뎌야 합니다. 안정된 구조를 위해서는 두께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굽는 도중에 쉽게 터지거나 뒤틀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고난도 장식이지만 성공하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법이 투각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돈은 특별한 고급품입니다. 아울러 보관도 쉽지 않습니다. 출토품 경우도 열에아홉 이상이 박살난 채로 나온다고 합니다. 따라서 전하는 유물 수는 극히 적습니다. 이 돈의 경우는 완전하면서 더욱이 문양이 볼 만합니다. 더욱이 윗면에는 당초문에 둘러싸인 용 문양까지 들어 있습니다.
참고: 청자투각돈(靑磁透刻墩) 13세기 높이48~50cm 이화여대박물관 보물제416호
이런 돈은 대개 강진과 함께 고려의 2대 청자산지인 부안에서 제작되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박물관 소장의 유사한 돈은 4개 한 세트를 온전히 갖추고 있어 보물(제416호)로 지정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