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磁象嵌 化粧容器 四點一括 13세기 높이 각 7.2cm(병) 4cm(병) 3.5cm(향합), 4.9cm(항아리)
2008년6월18일 서울옥션 제111회 미술품경매 No.142 추정가 2억~3억원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있습니다. 같은 값이면 품질이 더 나은 것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도자기 세계에서도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특히 크기에 대해 쓰입니다. 같은 값이면 큰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일종의 대물(大物)주의입니다. 물론 크기는 중요합니다. 청자 가운데 한 자가 넘는 것은 우선 특별한 대접을 받습니다. 여러 청자 사이에 큰 것들이 주로 많은 것이 매병입니다. 이 매병 중에서 가장 큰 것은 50cm를 넘는 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만에 한둘 있을까 말까 합니다. 대부분 30cm 전후입니다.
그러므로 대물이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크기부터 먼저 입에 올리는 것은 곤란합니다. 즉 이 세계에서 시로우토(素人)임을 자임하는 것이 됩니다. 시로우토는 초보자를 말합니다.
이는 도자기뿐이 아닙니다. 감상세계 전체에서 크기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미적 가치입니다. 크기나 색, 형태에 흔들리지 않고 이런 미적 가치에 집착하는 사람은 구로우토(玄人)라고 합니다. 전문가입니다.
이 작은 청자용기는 경험이 풍부한 감상자들, 이른바 구로우토 취향입니다. 시대는 상감청자 기법이 난숙기에 들어선 12세기 후반입니다. 주문자는 고려 왕실의 여인네들입니다. 용도는 머릿기름병과 분합입니다.
『고려사』에는 개성을 찾은 수많은 송나라 상인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북송 때에는 96차례 3058명의 송상(宋商)이 왔고 남송에도 34차례 1,897명이 온 곳으로 전합니다. 이를 보면 고려 왕실의 여인들은 늘상 이들을 통해 중국 수입품을 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눈이 높은 사용자들을 이 유병과 분합의 도공들은 고려했습니다. 손가락 크기도 되지 않는 작은 병과 흑백 상감으로 모란꽃과 국화 그리고 이파리를 새겼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분합을 제외하고는 백토(白土)로 특별히 장식을 더 얹었습니다. 각이 지는 곳을 따라 살짝 백토를 발라줌으로서 액센트를 가한 것입니다.
유병 뚜껑은 전체에 살포시 백토를 바르고 골을 긁어내 근사한 방사형 문양을 남겼습니다. 이 정도면 박래품에 익숙한 고려시대의 노블레스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했을 것입니다.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