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磁陰刻牧丹文瓢形甁 12세기 높이39cm
2010년9월16일 서울옥션 제3회 Autumn-space, No.120 추정가 2억~2억5천만원
일본 도쿄의 니혼바시에는 인사동과 같이 골동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의 오래된 가게 중 하나가 유명한 고주쿄(壺中居)입니다. 감상용 도자와 골동, 서화를 다루는 이곳은 전설적인 고미술상 히로타 훗코사이(廣田不孤齋 1897-1973)가 세웠습니다.
고주쿄는 그가 1924년 가게를 차렸을 때 지은 이름입니다. 후한의 도사 비장방(費長房)의 일화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비는 도사가 되기 이전에 시장을 감독하는 관리였습니다. 그의 시장에는 약 파는 노인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는 늘 가게 앞에 표주박을 걸어놓고 장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돼 장사를 접을 때에는 사람들 몰래 표주박으로 홀랑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를 알게 된 비는 노인에게 청해 표주박 안을 따라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표주박 안은 의외로 넓었습니다. 건물도 많고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날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잘 대접 받았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신선사상이 유행했던 때여서 이 일화는 『후한서』에 실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표주박하며 별세계가 떠오르게 됐습니다. 호리박 속의 세계라는 호중천(壺中天)이란 이 무렵에 생겼습니다. 고주쿄 상호는 고미술이 별세계 취미 같은 고상한 것이라고 해서 붙인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비의 얘기를 마무리하면 그는 이후 관리를 그만두고 신선이 되고자 했습니다. 여러 수련을 거쳤지만 결국은 실패해 도사에 그쳤습니다.
아무튼 표주박에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겹쳐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신선과 연관 지어 표주박을 장수의 상징으로 보기도 합니다.
청자상감양각 연당초문 표형병, 12세기 높이 38.8cm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에 이런 표주박 형태의 병은 몇 안 됩니다. 서너 건이 전부입니다.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호놀룰루박물관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각 한 점씩 보입니다.(한국 것은 상감으로 시가 새겨져 있으며 꼭지 부분을 수리했습니다) 병 이외에 주전자에는 표주박 형태가 많이 있습니다.
형태는 그렇고 문양은 조금 해석을 요합니다. 아래쪽 몸통에 큼직한 연꽃이 보입니다.(제목의 모란문은 주위 이파리와 연관시켜 보면 다분히 모란꽃처럼 보이기도 한 때문입니다)
청자음각 모란문 표형병의 몸통 문양
아무튼 이 꽃을 감싸듯 주위에 굵은 줄기의 당초문이 휘돌려져 있습니다.(이런 사례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병에 있습니다) 연당초문(蓮唐草文)은 상상의 문양입니다. 당초문양 자체도 상상입니다만 연꽃은 전혀 덩굴식물이 아닙니다. 당나라 때 당초문양이 서아시아에서 전해지면서 중국화한 것입니다.
청자음각 보상당초문 병, 11세기 높이 19.9cm 삼성미술관리움
위쪽 몸통에 학이 한 마리 새겨져 있습니다.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학입니다. 학하면 상감이 우선 연상됩니다. 이처럼 음각으로 학을 새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연꽃과 비학(飛鶴)의 조합이 아리송합니다. 불교식 청정무구로 해석해야할지 도교식의 장수불노로 해석해야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표주박형 병의 형태나 음각 학문양과 연당초문의 조합도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잘록한 목도 특이하게 길어 전체적으로 특별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