磁象蒲柳菊花文淨甁 13세기중반 높이28.3cm
2006년9월28일 서울옥션 제103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 No.170, 6억원 낙찰
청자의 상감문양에는 국화와 모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국화는 인화(印花)기법이 나온 뒤로는 넘버원 지위까지 오릅니다. 이 상감의 국화문양은 동심원을 따라 꽃잎이 방사형으로 뻗은 모양이 대부분입니다. 꽃잎 사이가 넓어 일견 쑥부쟁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화 국화문에는 이파리도 보통 곁들여집니다. 날카로운 이파리 역시 인화입니다. 애초부터 한 나무판에 꽃과 이파리를 같이 새긴 듯합니다. 인화 국화는 위아래로 줄지어 찍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이 정병은 좀 다릅니다.
둥근 고리를 이어서 연속시킨 연주문(連珠文) 안에 이를 넣었습니다. 이파리도 함께 넣었습니다. 그리고 고리가 겹치는 부분은 모두 떠내 흰 흙으로 메웠습니다. 고리의 선은 흑 상감으로 살렸습니다.
연속되는 연주문을 입체적인 병에 반영시킨다는 것은 지난(至難)한 일입니다. 그래서 흐트러졌습니다. 연속 패턴에 애매모호한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양 효과는 발군입니다. 더욱이 목 부분의 여백과의 조화는 일품입니다.
청자상감 연지원앙문 정병, 12세기후반 높이 37.0cm 간송미술관 국보 제66호
목의 문양은 물가에 서있는 버드나무입니다. 물가의 부들은 확인이 어렵지만 버드나무와 부들은 음각이든 상감이든 청자문양에서 백미로 손꼽힙니다. 장식이지만 단순한 장식을 넘어선 때문입니다.
버드나무의 선은 살아있는 선과 같습니다. 회화적으로도 탁월합니다. 여기서는 몸통에 꽉 찬 문양과 대비돼 빈 공간으로서 정신적인 여유를 보여줍니다. 목 중간의 턱 위쪽에는 변형된 운기문(雲氣文)을 몇 개 넣었습니다.
아래서부터 위로 갈수록 문양의 밀도가 줄어드는 형국입니다. 마치 아래쪽에 가득 찬 에너지가 서서히 위쪽, 하늘 쪽으로 전해져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정병이 가진 종교적 의미가 그런 해석도 가능케 합니다.
정병은 술병과는 거리가 멉니다. 고대인도의 바라문 승려들이 사용하던 물병에서 유래했습니다. 범어로는 쿤디카(kundika)입니다. 불교가 번성하면서 부처님을 받드는 공양도구가 됐습니다.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 높이 37.5cm 국보92호
불교의 나라 고려에서는 일찍부터 정병이 제작됐습니다. 청동으로 제작됐을 뿐만 아니라 순청자, 음각청자, 상감청자에 고루 정병이 보입니다. 그중 국보 제66호에는 이 병의 목부부에 보이는 버드나무를 크게 확대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문양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며 몸통에 보이는 연주문을 간혹 칠보문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고미술 상인들 사이에 잘못 사용된 용어의 하나입니다. 중국에서는 연주문 사이에 별도의 장식-여기의 국화문처럼-이 들어간 것을 수주문(繡珠文)이라고 합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