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磁象嵌牧丹文注子 12세기후반 높이 20.8cm
2014년6월17일 서울옥션 제132회 미술품경매 추정가 2억~3억원
고려청자가 중국 월주요(越州窯)의 영향을 받아 시작됐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월주요는 어느 한 곳의 가마는 아닙니다. 양자강하류 절강성일대, 과거 월나라가 있던 지역의 가마를 통 털어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 청자는 이곳 월주요에서 처음 구워졌습니다.
월주요로부터의 영향은 한 번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기업이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할 때와 같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받았습니다. 한반도에 처음 등장한 청자는 이곳 영향입니다. 그후도 특히 연꽃잎 장식의 뚜껑이 있는 주전자는 북송시대 월주요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자모란문 주전자, 북송 월주요 높이 19.5cm 도쿄국립박물관
영향을 받았지만 그때까지 고려에서 보지 못하던 형태에 대한 힌트를 얻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고려식의 장식이고 문양입니다. 뚜껑과 손잡이에 있는 섬세하고 정교한 고리도 고려에는 있고 중국에는 없는 것입니다.
이는 잃어버리기 쉬운 뚜껑을 잘 간수한다는 실용적인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색실을 꼰 아름다운 끈으로 뚜껑과 손잡이 고리를 이으면 한층 볼만 했을 것입니다.
루프홀 고리의 사례
그런데 특히 손잡이 부분의 고리에는 급(級)이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고리가 루프홀 방식입니다. 가는 연잎 줄기가 허공에 슬쩍 작은 원을 그린 듯한 모양입니다.
청자진사 연판문 표현주자 부분, 국보 제133호 삼성미술관리움
그리고 가장 급이 높이 것이 국보 제133호인 청자진사 연판문 표형주자에 있는 고리입니다. 이 손잡이에는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눈 부분을 뚫어 고리가 되도록 했습니다. 기막힌 고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루프홀 고리 보다는 훨씬 급이 높지만 개구리눈 고리보다는 한수 아래인 것이 이 주전자에 보이는 리본형입니다. 연봉이 달린 작은 연잎 줄기로 한번 돌려 리본처럼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청자 주전자에서 리본형 고리의 사례는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따라서 그 자체로서 상품(上品)임을 말해줍니다.
이 청자상감 모란문 주전자는 연잎 장식형 뚜껑입니다. 그리고 넓적하게 흑백상감으로 모란꽃과 잎을 나타냈습니다. 먹으로 그린 듯이 솜씨가 뛰어납니다. 더욱이 당시 등장하기 시작한 또 다른 기법도 보입니다. 주전자 어깨에 점을 찍듯 백토를 얹어 장식 효과를 더했습니다. (이를 퇴화(堆花)기법이라 합니다)
청자상감 모란문 주자 12세기후반 높이 20.7cm 일본 이데미츠 미술관
그런데 이 주전자에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도쿄 이데미츠(出光)미술관에 있습니다. 두 모습을 비교하면 다른 점이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한 날 한 시, 같은 도공의 손에 만들어졌다고 할 밖에는 다른 말이 없습니다.
다른 점은 백상감 부분 등에 구멍 같은 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는 가마 속에서 고온에 유약이 끓으면서 기포가 발생해 터진 흔적입니다. 또 이 주전자의 고리는 깨진 것을 때우며 금분을 바른 것이 다릅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