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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션하우스의 명품들] 6. 청자상감 매죽학문 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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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 매죽학문 매병 靑磁象嵌梅竹鶴文梅甁 12세기후반 높이 36cm
2016년5월29일 서울옥션 제19회홍콩경매 추정가 7억5천만~12억원

공예는 회화와 달라 뭐라 해도 머리보다 손이 먼저입니다. 오랜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머리와 상관없이 무언가 저절로 손에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드물지만 그런 손의 기억과 마주치는 기막힌 순간이 있습니다.

이 정병은 상감 기법이 무르익던 시절에 구워졌습니다. 정교한 문양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문양은 대나무와 매화는 어우러진 숲에 학이 노니는 선경(仙境) 같은 경치입니다. 대나무와 매화는 송나라 문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송나라 때 사회 주류로 부상한 문인, 사대부들은 서화를 적극 감상했습니다. 또 직접 대나무 따위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대나무를 그릴 때 소위 가슴 속에 대나무를 먼저 떠올리고서 붓을 든다는 흉중성죽(胸中成竹) 이론도 이들에 의해 생긴 것입니다.



(측면)
매화는 북송 초에 벼슬도 마다하고 항저우 서호에 살면서 매화를 가꾸고 학을 키우며 유유자적하게 지낸 문인 임포(林逋)의 일화가 부각되면서 이후 문인들이 애호하는 화목의 첫 째가 됐습니다.

매화, 대나무 문양은 그런 점에서 송나라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상감솜씨만큼은 고려의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화나무와 대나무를 새긴 뒤에 땅을 나타냈습니다. 두 줄 선을 긋고 다시 삐죽 삐죽 돋아난 풀도 묘사했습니다.


보물 903호 청자상감 매죽학문 매병의 부분

그런데 같은 게 있습니다. 이 매병보다 조금 큰 보물 903호 역시 땅바닥에 두 줄을 긋고 뾰쪽한 선으로 풀을 나타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보물 쪽은 대나무 마디에 일일이 백상감을 넣었다는 점 정도입니다.

땅바닥과 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병의 매화꽃 아래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학의 모습도 보물 903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두 매병은 한 날 한 시에 함께 굽기 위해 같은 솜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청자상감 매죽학문 매병, 12-13세기 높이 38.9cm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903호

다만 출품작은 아랫부분에 가마 속에서 터진 흔적이 있습니다. 또 발굴 과정에서의 흠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은 물론 얼굴도 알길 없는 도공의 손 솜씨가 판박이로 확인되면 감상자의 마음은 뛰기 마련입니다.

감상은 단순한 눈으로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 뒤에는 물속에 잠겨 감춰져있는 빙산처럼 거대한 정보, 지식의 세계가 있습니다. 옛 문인, 사대부들이 서화 골동의 세계에 빠져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참고로 날개를 펼친 학은 <육학도(六鶴圖)> 중 하나로 바람을 맞이하는 무풍(舞風)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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