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발은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 속의 재가 날리면서 도자기 표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덧씌운, 일종의 뚜껑처럼 생긴 기구를 말한다. 갑(匣)자는 작은 상자라는 말이다. 갑발(匣鉢)은 도자기보다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하므로 불에 잘 견디는 점토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갑발을 씌워 구운 도자기를 갑번(匣燔)이라고 한다. 갑발을 씌워 굽는 것은 백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고려 시대의 초기청자를 구울 때도 사용했다. 갑발을 사용하면 제작 효율, 즉 생산성이 높일 수 있다. 가마 속에 구울 때 잡티가 들러붙지 않아 비교적 안정된 품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발을 씌우면 가마내의 공간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갑발을 사용할 때에는 도자기 하나하나에 씌우기도 하지만 여러 개를 포개 넣고 그 위에 갑발 하나를 씌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조선시대 분원에서 한 점 한 점에 갑발을 씌워 정성스레 구운 도자기를 분원 갑번이라 하며 특히 최상품 도자기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