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祭器)는 중국에서도 그 원형은 청동기였다. 성리학을 국시로 삼은 조선 사회는 제례를 매우 중시했다. 따라서 왕실과 민가를 막론하고 많은 제사가 치러졌으며 아울러 제사에 사용되는 제기도 다수 제작됐다.
조선시대 초기 왕실에서 사용하던 제기는 대부분 동(銅)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동의 수급이 여의치 않자 분청사기 그리고 백자 등으로 대체되었다. 청자 가운데 제기로 분류할 수 것은 향로 정도뿐이다. 그러나 이 향로 역시 불전에 향 공양(香供養)을 받치는 용구였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제기라고 말하기 힘들다.
세종실록 오례의의 ‘제기도설’에는 각종 제기의 종류가 간략한 설명과 그림이 실려 있다. 분청사기로 만든 제기도 이 제기 도설에 나오는 종류들이 다수 보인다. 분청 기기에는 특히 덤벙 분장을 한 것이 많이 있다. 보(簠)는 곡식을 담는 제기의 일종이며 소의 모습을 한 희준(犧樽)은 고대에 제사의 희생으로 소를 사용했던 것을 도자기로 형상한 것인데 제사 때에는 술을 담는 용기로 사용했다.
분청사기 덩벙문 보(粉靑沙器 粉引 簠) 16세기 높이 13.6cm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분청사기 상감선조문 보(粉靑沙器 象嵌線條文 簠) 15세기중반 높이 16.2cm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