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만들 때 사용했던 백토는 대개 돌가루인 사토(砂土)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사기(砂器)라고 했다. 『훈몽자회(訓蒙字會, 조선시대의 한자 학습서)』에도 자기를 우리말로 사기(砂器)그릇이라고 했다. 따라서 자기와 사기는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백자를 백사기(白砂器), 청자를 청사기(靑砂器), 일본 자기를 왜사기(倭砂器), 중국자기를 당사기(唐砂器)라고 썼다. 또 자기를 만드는 사람을 사기장(砂器匠), 자기를 만들던 마을을 사기마을, 사기소(沙器所)라고 했다.
18세기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보면 ‘사기는 자기의 속어다’라고 돼있다. 흔히 사기라는 말이 들어있는 분청사기는 자자가 들어있는 청자와 백자와 다른 것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모두 자기를 가리킨 것이다.
분청사기 철화어문 장군(粉靑沙器鐵畵魚文俵甁)
15~16세기 높이 17cm 국립중앙박물관(동원 기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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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기, 자기, 도자기 [201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