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병풍 16세기초 지본수묵 각 98.3x49.9cm 다이간지(大願寺)
조선 초기의 병풍 모습을 보여준다.
병풍(屛風)은 원래 바람을 막는 가리개를 뜻합니다. 가구에서 시작되어 장식용 그림이 그려지거나 붙여지면서 점차 독립적인 그림 표구의 한 형식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장식적 기능을 가진 만큼 병풍의 원형은 좌우 두 틀의 한 쌍이 기본형입니다. 시대가 내려오면서 한 틀만 제작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됐습니다.
한 틀의 규모는 6폭에서 8폭, 10폭, 또는 12폭까지 있으며 2폭으로만 된 것도 있습니다. '평생도팔곡병' 등으로 이름지어진 작품을 본 적이 있으시지요? 병풍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로는 폭 이외에 곡(曲)과 선(扇)이란 말도 쓰입니다.
'곡'이라는 말은 구부러진 곳이므로 병풍이 접히는 곳에 초점을 맞춘 말입니다. 즉 접힌 횟수를 가리키기 때문에 8폭 병풍은 이치상 7곡 병풍으로 불러야 되지만 관행적으로 '8곡 병풍'으로 부릅니다. 선은 일본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 폭과 마찬가지로 병풍의 그림 개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병풍은 크기에 따라 대병(大屛), 중병(中屛), 소병(小屛)으로 나눕니다. 대병은 높이가 6자 이상을 말하며 중병은 5자 내외 그리고 소병은 2자에서 4자까지를 가리킵니다. 특히 2자 내지 3자 크기로 된 2폭짜리 가리개는 침병(枕屛) 또는 머리맡 병풍, 머리 병풍이라고 합니다.
병풍 그림은 각각의 낱폭이 별도로 표구된 것과 하나의 그림처럼 연결된 것 두 가지 형식이 있습니다. 이런 구분은 병풍 제작의 기술적인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처음에는 낱폭 그림이 모여 병풍을 구성했는데, 이후에 꺾이는 부분의 연결 방식을 기술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병풍 전체에 큰 그림 하나를 표구하는 일이 가능하게 됐지요. 이처럼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그림이 그려진 병풍을 연폭(連幅) 병풍이라 합니다.
혜산 유숙(蕙山 劉淑, 1827∼1873) <매화도> 병풍 112x378cm 보물1199호
병풍 중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흰 종이만을 바른 소병(素屛)도 있습니다. 이는 궁중의 특별한 행사에 사용되던 병풍이었는데, 이후 민간에 전해져 제사 등에 쓰였다고 전합니다. 병풍에 관련된 기록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668년에 신라에서 일본에 병풍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조선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병풍 형식을 특히 선호했습니다. 18세기 후반에는 화원들이 주문자의 집을 찾아다니며 병풍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유행했다는 기록도 전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