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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사인물화] 왕희지 관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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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인물화)중에는 유난히도 재미있는 이야기나 그림이 말하고자하는 뜻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그림이 있다. 바로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가 그러한데, 일반 초상화와 달리 옛 고사의 일화나 행적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에 그 의미를 알면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래 그림도 고사의 일화를 그린 그림인데, 공통적으로 고사(高士)와 거위가 등장한다.


전선, <왕희지관아도 (王羲之觀鵝圖)>


부분



장승업, <왕희지관아도(觀鵞圖)>

                       
                 정선, <왕희지관아도(王羲之觀鵝圖)>                           장승업 (張承業), <관아도(觀鵞圖)>


김홍도, <황정환아(黃庭換鵝)>


위 작품들은 작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진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 307-365)의 일화를 표현한 그림이다. 중국 고금(古今)의 첫째가는 서성(書聖)으로 일컬어지는 왕희지는 평소 거위를 사랑하였는데, 길고 유연하며 변화무상한 거위 목을 보면서 서체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어느 날 왕희지는 산음(山陰)의 도사(道士)가 기르는 거위를 보고 반하여 팔 것을 청하였고 도사는 황정경(黃庭經)을 써주면 거위를 주겠다고 제의를 하였다. 이에 왕희지는 반나절동안 황정경을 써줬고 답례로 흰 거위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고 전해지는데, 『진서(晉書)』 권80 「왕희지전」 과 장언원의 『법서요록(法書要錄)』, 『선화서보(宣和書譜)』등에서 이 고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왕희지가 산음의 도사에게 써 준 황정경은 도교 양생(養生)술을 전하는 대표적인 책으로 일명 ‘환아첩(煥鵝帖)’이라고도 한다. 

중국 송말원초의 화가 전선이 그린 <왕희지관아도>를 비롯하여 정선, 장승업의 작품에서는 황정경을 필사 해주고 받아온 거위를 바라보는 왕희지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장승업 작품(선문대소장)의 제발을 통해서도 그림의 내용을 알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두 마리 거위가 목을 빼며 다가오니 가슴 속의 묘한 생각 저절로 어우러지네
아득히 천년 후에 벗을 숭상하니, 이 뜻을 아는 이는 다만 황정경 뿐이라네”
(照眼雙鶂引頸來, 胸中妙思與之偕. 寥寥尙友千年後, 秖有涪翁識比懐.)

거위를 바라보는 왕희지를 모습을 표현한 것과는 달리 김홍도의 작품에서는 황정경을 쓰는 왕희지의 모습과 이를 기다리는 도사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조선 후기, 고동서화(古董書畵) 수집에 열중했던 이조묵(李祖默, 1792~1840) 같은 경우 왕희지가 임서할 때 붓 끝에 앉았던 파리라는 말에 후한 값을 쳐줬다고 하니, 왕희지가 베껴쓴 황정경을 거위와 바꾸기에는 왠지 손해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거위를 보고 서법의 묘를 찾으려 했던 왕희지에게 거위는 그 어느 것 보다 큰 보배였을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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