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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사탁족도] 발 담근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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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도는 속세를 등지고 사는 고고한 선비가 초탈한 모습으로 산속의 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러한 그림은 중국 고전인 『초사(楚辭)』「어부(漁父)」上篇과 관련이 깊다.

초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 BC 343-278)이 모함으로 벼슬을 잃고 강가에 앉아 시를 읊는데 어부가 그 까닭을 물으며 대화하던 중 마지막에 어부가 빙그레 웃으며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을 것이다 ’라고 하며 사라졌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이 부분을 어부가(漁父歌), 또는 창랑가(滄浪歌)라 불렀는데, 『맹자(孟子)』「이루(離婁)」上篇에 보면 이 노래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공자(孔子)는 제자들에게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는다고 하니 이것은 물 스스로가 그런 상태를 가져오게 한 것 이다”라고 하였다.
덧붙여 사람이 모욕을 당하고, 집안이 무너지며,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 원인이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말을 덧붙여 수신(修身)에 힘써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따라서 발을 씻는다는 것은 세상을 피하여 숨어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탁족도는 문인취향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이경윤,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산수인물화첩(山水人物畵帖)》, 비단에 담채, 31.1x24.8cm, 고려대학교박물관                    


이경윤,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 비단에 담채, 27.8 x 19.1cm, 국립중앙박물관 

대표적으로 조선 중기 화가인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의 <고사탁족도>를 보면 탁족하는 선비를 주제로 하여 소경산수인물화(小景山水人物畵)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배경을 소략하게 표현하고 인물을 중심에 배치하였으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청대에 간행된 화보인《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인물옥우(人物屋宇)보에는 이 그림의 화본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고려대학교 소장본에서는 세상을 피하여 은일하는 초연한 선비의 고매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에서는 옷을 반쯤 풀어헤친 자태에서 좀 더 유유자적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동자가 들고 있는 술병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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