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일, 수신인이 없어 언제쯤 누구에게 쓴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내용으로 보아 둘째 아우 김명희에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발신지는 미상이며, 50대 이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별지에 쓴 편지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집안 전체가 비교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쓴 것으로도 보인다.
수신인(김명희)이 안성으로서의 이사 계획이 여의치 않아 과천으로 가게 될 거라는 예상과 셋째 아우 김상희의 거주지도 가까운 곳에 있는지 등, 주변 이야기를 두루 거론했다.
본인의 안부를 전하며 멀리서 부쳐준 음식을 먹다 아우들이 생각나 목 너머로 넘길 수 없다는 말이 특히 눈길을 끈다.
(前半)
(前半)
(後半)
安城之計不諧, 依歸當在果川, 而不如安城之差遠於洛下, 然亦復奈何. 不諒之公然嘖言, 當如屋而來到, 還是悶然.
校村之如是七顚八倒, 雖爲惋歎, 其人何以較詰爲也? 旣得遷吏家, 足以容接兩家云, 幸甚. 眷屬何處不可, 而祠宇奉安, 極爲悚然, 只欲無訛, 然而今日之顚沛流離, 得此亦幸, 又何言又何言. 其間修葺, 已有就緖, 何當入處耶? 永柔所處, 相距不甚遠耶? 米鹽凌襍, 何以消受, 而亦何以彌縫? 似當觸處惱亂. 遠外虛想, 反不如陌路. 此何人斯! 此何人斯!
此中凡節, 姑且安坐安喫, 或有過分之惕然戒懼處, 饌道之自京遠輸, 又有何不足不及處, 而繼之不已耶? 每對對案獨喫, 君輩之想起來, 輒欲呑咽不下矣. 至於醬一味, 憑便寄來, 亦何妨耶? 換事目下支用, 厪得塗抹, 第須留意, 多少間備置亦好.
此中便人極難, 至於付物, 尤難. 適有張守門將[英汲]之美洞親切者, 居在此隣. 比持美洞戚台丈書下來, 今又上去, 而使之往見兎山. 如有此中便遞, 則隨以方便, 勝於他轉轉. 且或有付物之道云. 第以是預計之, 如何?
안성(安城)으로의 이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 으레 과천으로 가야겠네만 서울에서 조금 더 먼 안성만은 못한 일일세.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정도 잘 모른 채 닥칠 비난이 도리어 걱정일세.
교촌(校村)이 이처럼 망가진 것은 개탄할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 사람을 어떻게 비난할 수야 있겠는가. 아전 집으로의 이사는 두 집안을 충분히 건사할 만하다니 매우 다행이네. 식구들이야 어느 곳인들 안될 게 있겠는가만 사우(祠宇) 봉안 문제가 대단히 송구스러워 그저 탈 없기만을 바랄 뿐이네. 그렇다고 지금처럼 망가진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며 그 밖에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그 사이 수리는 잘 진행됐으며 언제 입주하는가? 영유(永柔, 영유현감 김상희)가 사는 곳과는 그다지 멀지 않는가? 밀려드는 자질구레한 일들은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일마다 고뇌일 거라 싶네. 멀리서의 공허한 걱정이 길가는 사람만도 못하니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이곳 생활은 그런대로 편하게 앉아 잘 먹고 있네만 가끔 지나치게 걱정하고 경계하는 점이 있네. 이곳에 무슨 부족할 게 있다고 먼 서울에서 끊임없이 반찬들을 부쳐온단 말인가. 혼자 상 앞에 앉아 밥을 먹노라면 자네들이 생각나 차마 목 너머로 삼킬 수가 없네. 장(醬)은 인편에 부친다 해도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상환(相換, 곡식 교환) 건은, 현재 드는 비용을 겨우 충당하는 상황이니 유념해서 어느 정도 비치해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
이곳에서 인편 구하기란 대단히 어려운데 물건을 부치는 일은 더더욱 어렵네. 마침 미동(美洞) 쪽과 아주 가까운 장수문장(張守門將)[영급(英汲)]이 이웃에 사는데 요사이 미동(美洞)의 친척 대감 어르신의 편지를 가지고 왔고, 지금 또 서울로 올라간다고 해 토산(兎山)을 찾아가 보라 했네. 부탁할 일이 있으면 그에게 하는 것이 다른 곳보다 믿을 만하고, 물건을 부칠 방도도 있을 테니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어떨까 싶네.